“12년 동안 꿈꿔왔던 자리였어요.”
연기자 강민아(24)는 최근 종영한 KBS 2TV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을 그렇게 돌이켰다.
2009년 아역으로 데뷔한 이후 좀처럼 주연의 자리를 만나지 못했던 그에게는 첫 주역의 무대였다. “엄마께서도 ‘이제 할 때 됐다’면서 인정해주셨다”고 말할 정도로 가족들도 내심 기다려온 기회이기도 했다.
설렘 속에서 20대 청춘남녀들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를 이끌었지만, 녹록치는 않았다. 2%대(닐슨코리아)의 다소 아쉬운 시청률로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강민아는 “후회 없다”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시청률에 휘둘리지 않는 편”이라면서 ‘강심장’의 면모도 드러냈다.
12세에 데뷔해 12년간 연기해온 그는 요즘 ‘연기의 제2막’을 열었다. 다부진 목소리로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팔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는 강민아의 현재와 미래를 들었다.
그와 화상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었다. 어떻게 연기했나?
“원작 팬들이 비슷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원작을 다 읽어보고, 독자의 입장에서 느낀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극중 연기한 김소빈은 소심하고 답답한 구석이 조금 있어서 저와 ‘싱크로율’은 0%였거든요. 하하하! 그래도 실제의 나와 다른 만큼 새로운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박지훈, 배인혁 등 20대 또래 연기자들과 주연 호흡을 맞췄다.
“서로 이야기도 잘 통하고, 비슷한 지점에서 웃고 울며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이야기가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연기의 색깔을 비슷하게 맞추자는 말을 가장 많이 나누었죠. NG를 가장 많이 낸 사람이 커피를 사는 내기도 자주 했어요. (박)지훈 씨가 가장 많이 져서 제가 ‘아, 내가 정말 사고 싶었는데’라며 엄청 놀렸죠. 재미있었어요.”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는 단계다.
“극중에서는 여전히 교복을 입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한편으로는 ‘좀 더 오래 교복 입게 해주세요’ 바라기도 하죠. 2018년 개봉한 영화 ‘박화영’이 제게는 터닝 포인트예요. 스무 살 막바지 겨울에 촬영했거든요. 어른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함께 한 거죠. 독립영화와 연극으로 다져진 다른 배우들 사이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드라마의 저조한 시청률로 마음고생하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런 수치적인 성적보다는 스스로 만족한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욱 커요. 시청률이 많이 나오더라도 마음에 안 드는 장면 하나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시청률에 휘둘리는 편이 아니라 괜찮았어요.”
-다른 직업을 해보고 싶은 적이 있었나.
“없었어요. 저는 직업 만족도가 100%라고 자부해요. 만약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도 언젠가는 연기를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는 재미있으니까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없고,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들어요.”
-의지하는 연예인 친구를 꼽자면?
“연기자 박유나, 문가영 씨요. (박)유나는 저와 동갑이고, (문)가영 언니와는 한 살 차이에요. 매일 연락을 나눌 정도로 정말 친해요. 서로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하고, 어디 가서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나 걱정을 털어놓기도 해요. 늘 ‘하이 텐션’인 저와 가영 언니가 대화의 90%를 차지하고요. 유나가 맞장구를 치다가 한 마디씩 툭툭 날려서 빵 터뜨리죠. 균형이 딱 맞아요.”
-많은 오디션에서 탈락하고도 연기 한 우물을 판 비결은?
“오디션에 계속 떨어지면서 ‘이 직업이 나와 맞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이 작품은 내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확실히 나아지더라고요. 취업경쟁에 뛰어든 제 또래 많은 분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라 생각해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꼭 생각해주시길 바라요.”
-앞으로 계획은?
“연기를 잘하는 것이 연기자의 기본 소양이니까 당연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20대 중에 가장 연기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아직 5년 남았으니까 열심히 해야죠. 하하하! 쉬지 않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곧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