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 단독 주연’ 진선규 “성실함+꾸준함→재능·능력돼”(종합)[DA:인터뷰]

입력 2023-02-15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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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선규가 ‘단독 주연’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얼굴을 포스터에 올렸다. 긴 무명시절을 지나 단독 주연을 맡기까지 그는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선규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카운트’ 인터뷰를 통해 기자들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진선규는 지난 2019년 첫 크랭크인한 이후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긴장도는 지금이 제일 높다. 그때는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보다는 이야기를 잘 만들어나가는 게 큰 목표였다. 스태프와 감독님, 친구들이 부담감보다는 설렘으로 열심히 만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이야기와 반응들이 오니까 어떻게 될지는 지금이 제일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카운트’에서 연기를 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 시나리오를 처음 받자마자 소리를 내서 대사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읽었는데 90%가 나하고 굉장히 흡사한, 역할의 상황과 이런 것들이 아니라 역할의 가치관과 사고와 삶이 만들어나가는 모습들이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기도 하고 하고자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이 역할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이 느낌을 영화 속에 묻힐까 그런 생각이 컸다. 이 작품이 결정되고 시헌쌤을 만나서 훈련도 봐주시고 회식 아닌 회식도 했었다. 그때 만나고 2시간 남짓 우리가 이야기했던 그때 느꼈던 게 이걸 하면서 느낀 것과 똑같은 마음이었다. 그저 운동을 좋아하고 가족들을 사랑하고 동료들에게 힘을 잘 얻고 그러면서 살아오신 분이었다.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는 게 맞겠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진해 출신인 진선규는 진해를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한 것에 대해 “옛날에는 아무렇지 않게 썼던 나의 말인데, 서울 생활을 하다가 몇 년 지나서 고향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서울말을 쓰더라. 근데 이제 진짜 진해말을 써야 해서 굉장히 연습도 많이 했었다. 진해에서 촬영을 하니까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사투리로 이야기를 했다. 근데 그 말투가 어디 가겠나. 연습을 하다보니 북한말, 연변말, 강원도 사투리보다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카운트’와 진선규는 운명이었을까. 놀랍게도 그는 복싱과 인연이 깊었다고. 진선규는 “36살, 조금 늦은 나이에 동네에 있었다. 아버지가 중학교 때까지 대전에서 복싱 선수셨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도 운동같은 거 하지 말라고, 그때 안 좋은 길로 빠질 수 있다고 복싱을 못하게 하셨다. 근데 어릴 때 복싱 경기를 그렇게 보러 다녔다. 성인이 돼서 집 앞에 복싱체육관이 있어서 복싱을 시작했다. 꽤나 재밌어서 취미로 열심히 오래 했다”라며 “두 달 반 전에 용인에서 훈련을 했는데, 훈련을 시작하고 박시헌 선생님이 우리를 봐주시고 영광스럽게 미트를 잡아주셨다. 감독님이 ‘좀 일찍했으면 선수했어도 됐겠는데’라고 하셨다. 폼은 인정을 받았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어릴 적 체육 선생님이 꿈이었던 진선규는 어떻게 배우의 꿈을 꾸게 됐을까. 진선규는 “난 체육 선생님이 꿈이었다. 근데 운동을 너무 잘했다. 그때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모의고사를 칠 때마다 한국체육대학교를 지망하곤 했다. 그러던 중 고3 중간쯤에 친한 친구를 따라서 연극 연습하는 곳에 놀러갔다. 진해에 있는 무대에 갔는데, 작은 지하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 따뜻했다. 고3 여름방학 이후에 자율학습을 안 하고 매일 거기에 놀러갔다. 두 달 정도 지나니까 입시가 돼서 연극영화과를 준비하면서 독백을 하게 됐고,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한예종에서 시험을 쳤는데, 3차 시험까지 붙게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렇게 학교에 들어가게 돼서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진선규는 “저를 아는 중, 고등학교 친구들이 많이 없다. 나는 그냥 조용했던 친구였다. 이 시나리오를 주려고 제작사 PD님이 나에게 준 거였다. ‘범죄도시’를 하고 진해 출신이라는 게 알려졌을 때 나를 보고 이 책을 주고 싶어서 진해 출신들을 수소문했다고 한다. 근데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 정도로 나는 모르는 사람이었다”라고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진선규는 ‘카운트’를 본 가족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가족이 처음으로 다같이 한 곳에서 봤다. 장모님은 친구들이 잘 봤다고 하시고, 와이프는 고생했고 오빠 영화중에 가장 따뜻하고 건강하고 이런 영화가 처음이었다고 하더라. 아이들을 데려가도 되니까, 누구에게나 보게 추천해도 될 정도로 좋았다고 했다. 5년 동안의 피드백 총망라해서 처음으로 따뜻하고 좋았다는 피드백은 처음이었다”라고 답했다.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단독 주연의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진선규는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있는데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묘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부담감도 있었다. 그게 나에게 오는 무게감인 것 같다. 기자간담회 때 이런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아침에 시헌쌤이 보내준 문자를 읽다가 울컥했다. 그게 영화 속에서 복싱부 친구들에게 했던 말 같은 느낌이 시헌쌤이 나에게 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걸 되새기다가 울컥해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났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카운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오나라, 고창석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진선규는 “아무것도 없던 당시에 오나라, 고창석과 열심히 했던 그때 만나서 나중에 같이 영화도 하고 드라마도 해보자고 치기어린 꿈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게 진짜 이뤄졌다. 그 전부터 잘 돼가고 있었고, 만날 수도 있었지만 그게 이뤄진 순간이었다. 서로 기다렸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 어떤 순간보다 재밌게 했다. 연습을 하지 않아도 너무 재밌었다. 시너지를 얻는 방법 중에 제일 컸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라며 “그때처럼 기댈 수 있는 분들이었다. 주인공이라는 무게가 어느 누군가에게 기댈 수 없고, 기대지 못하고 끌고 가야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두 사람이 오면 잠깐 기대기도 했다”라고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카운트’는 실존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이에 진선규는 “영화가 당사자 분들의 마음은 다른 마음이기 때문에 크랭크인까지도 고민을 했었다. 그만큼 용기를 내주신 거였다. 그 분들의 마음에 치유가 될 수 있는 거였으면 좋겠고, 그런 분들에게 치유가 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30년 가까이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응어리나 아픔이나 힘들었던 것들이 2시간의 이야기 속에서 치유됐다고 하셔서,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을 했었다. 시헌쌤의 사모님이 아직 못 오셨다. 아직 그 이야기를 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하셨다. 개봉하고 꼭 보셨으면 바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진선규는 아내 박보경이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통해 이름을 알린 것에 대해 “아주 좋다. 요즘은 그 모습을 보면서 기운을 얻는다. 가끔 여보가 그때 ‘범죄도시’가 되고 알려지고, 유명세를 탈 때 이 힘으로 아이를 키웠구나 말했다. 아내가 오디션에 다녀오면 너무 기분 좋게 온다. 현장 이야기를 기분 좋게 하면, 너무 좋아한다. 그런 모습이 요즘 좋다. 다른 작업을 하면서 더 힘을 내하고, 아이들을 더 잘 케어한다. 가족의 원동력이 예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와이프가 큰 힘이었다면 이제는 자아가 생기고 사고가 생기는 아이들이 나에게는 또 다른 힘이 커지는 느낌이다. 그건 변치 않는 힘이다”라고 말했다.

길었던 무명 시절, 거기에서 지금의 진선규를 만들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진선규는 “지금에 와서 이야기하는 연기 인생의 말을 하나로 하면, 성실함과 꾸준함이 재능이 되고 능력이 될 수 있단 거다. 지금 후배들에게 이 말을 하면, 내가 그렇게 살았다는 생각을 한다. 무명 생활이 길었지만 내가 좋아했던 긴 시간이라, 무명이라기엔 나는 즐겁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매일매일 하고, 그게 길게 되니까 어느 순간 ‘진선규 잘하는 배우다’라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천천히 자신의 계단을 오르며 커리어를 쌓고 있는 진선규. 그는 다음 행보를 묻는 질문에 “꿈의 90%를 이뤘다. 내가 단역 때, 힘들 때 꾼 꿈을 이뤘다. 내 또 하나의 꿈은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 따뜻하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큰 꿈을 꾸고 싶지 않다. 지금 주인공도 했고 집도 구했고, 욕심을 안 내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꿨던 꿈을 이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 내 꿈의 바톤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 그 환경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그 과정만 계속 해나가려고 한다. 지금은 큰 욕심 없이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서, 무대에서 만나는 걸 꿈꾸고 있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한편 오는 22일 개봉하는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 분)이 오합지졸 핵아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진선규가 ‘카운트’를 통해 장르는 물론 시대까지 넘나드는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일 것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직진 행보로 주변 사람들을 뒷목 잡게 하는 마이웨이 쌤 ‘시헌’으로 분한 진선규는 고집만 남은 직진 쌤 ‘시헌’의 킹 받는 카리스마부터 오합지졸 핵아싸 제자들을 성장시키는 진정한 리더의 면모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모두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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