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후크엔터테인먼트
배우 최규리(24)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인해 꿈만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가 12%(닐슨코리아)의 최고시청률로 종영하고,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TV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등 ‘초대박’을 친 덕분이다.
특히 그는 10년 전으로 돌아간 주인공 박민영의 직장 동료 유희연 캐릭터를 맡아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해 제대로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었다. 박민영이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친구(송하윤), 바람난 밉상남편(이이경)에게 신명나게 복수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최규리는 털털한 매력과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긍정 에너지’를 가진 극중 캐릭터를 쏙 빼닮은 모습이었다. 그는 “이 호탕한 웃음소리 덕분에 캐스팅됐다. 나와 닮은 점이 많은 캐릭터를 맡은 게 내게는 행운”이라며 목젖이 드러나도록 시원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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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약 1년을 고스란히 드라마에 쏟았다. 어떤가.
“꼬박 1년간 품었던 드라마를 보내주는 게 쉽지 않아요. 정이 많이 들었고,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줬으니까요. 같은 회사 동료로 똘똘 뭉쳤던 박민영, 공민정(양주란 역) 언니와는 다음 달에 베트남으로 떠날 포상휴가 계획을 짜면서 ‘기깔 나게 쉬고 오자’고 벼르고 있어요. 언니·오빠들 찍어줄 필름카메라부터 읽을 책까지 가져갈 짐이 한가득해서 캐리어 사이즈를 고민하는 중이랍니다.”
Q. 시청자 사이에서 ‘사이다’ 캐릭터로 유독 관심을 모았다.
“저도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아본 게 처음이어서 얼떨떨해요. tvN 공식 SNS 계정에 ‘유희연 모음집’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나오는 장면들을 한데 모은 영상이 올라왔을 땐 믿기지 않았죠. 설 연휴에 본가인 부산에 내려가 가족들과 외식하고 나오는데 젊은 부부로 보이는 손님들이 ‘혹시 유희연 아니에요?’라면서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시더라고요. 드라마 복장도 아닌 평소의 모습으로도 알아봐주는 시청자가 있어서 신기했어요. 냉큼 ‘네! 같이 사진 찍어요!’라고 했어요.”
Q. 실제 성격은 어떤가.
“유희연과 70% 정도는 비슷해요. 다만 시원하게 할 말 하는 모습은 원래의 제게는 없던 부분이죠. 드라마를 촬영하며 감화가 된 것인지 조금씩 유희연처럼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발랄한 매력을 가진 유희연을 연기할 땐 제가 가진 힘의 100%를 끌어올려야 했는데 현장에서 동료들과 신나게 수다 떨면 자연스럽게 예열이 되던데요. (이)이경 오빠, 극중 의붓오빠로 등장한 (나)인우 오빠처럼 원체 웃기고 장난기 넘치는 분들이 많아서 도움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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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TV로만 보던 박민영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떤가.
“사실 제게는 ‘스타’이다보니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일부러 연기 가르쳐 달라며 언니를 엄청나게 따라다녔죠. 그걸 귀찮게 받아들이지 않고, 예쁘게 봐준 민영 언니 덕분에 힘을 많이 받았어요. 이야기를 전면에서 이끄는 캐릭터여서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컸을 텐데도 내색 하나 없이 촬영에 임하는 언니를 보며 ‘프로’의 자세를 제대로 배웠답니다.”
Q. 캐스팅된 비결은 뭐라 생각하나.
“저의 웃음소리! 평소에도 엄청나게 목소리가 크고, 목젖이 드러나도록 호탕하게 껄껄 웃어요. 오디션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그 웃음이 나온 거예요. 제작진이 그 모습이 캐릭터의 통통 튀는 매력과 비슷하다며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밝은 성격과 ‘웃상’(웃는 인상)이 캐스팅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Q. 부산국제중, 부산국제외고를 거쳤다. 연기와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데 꿈을 키운 계기는?
“어렸을 땐 공부에 뜻이 컸어요. 아이비리그 진학이 꿈이었는걸요.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 너무나 많은 거예요. 중학생 무렵 신설된 창작연극부에서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재미를 깨달았고, 중3때 한창 인기였던 tvN ‘응답하라 1988’을 보며 ‘나도 저런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됐어요. 류혜영 선배님이 연기한 성보라 캐릭터가 특히 탐나서 오디션에서 ‘야 이 닭대가리야!’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따라 적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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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고를 자퇴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다 던져두고 끝까지 파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외고에 합격했지만 ‘공부는 내 길이 아니다’는 결론이 나니 진학할 필요가 없었어요. 입학식 전에 부모님께 자퇴 의지를 밝혔고,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하라’며 부모님도 허락해주셨죠. 학생주임 선생님께서 ‘여기에 사인하면 돌이킬 수 없다’며 말렸는데 ‘그래요? 좋습니다’하며 당차게 사인하고 학교를 나왔던 기억이 나요. 그 후 2년간은 베이킹도 해보고, 보고 싶은 영화도 다 몰아보며 내가 하고 싶은 걸 찾다가 19살 무렵에 연기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Q. 후회는 안 남나.
“고교시절의 추억은 없으니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대신에 평생을 쏟아 부을 ‘연기’를 찾았으니까요. 제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는 게 재미예요. 직업도 재미있어야 열정이 생기고, 끝까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내가 관심을 가진 것들은 최선을 다해 매달리면 결국 끝이 보였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연기는 정말 무궁무진해요. 수많은 역사와 캐릭터들이 얽힌 연기에는 답이 없으니 제가 미련 없이 떠나는 일은 아마 없을 것 같아요.”
Q.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역사를 다루는 작품, 그 중에서도 일제강점기를 다룬 시대극을 꼭 해보고 싶어요. 글로벌 드라마들이 많은데, 작게나마 제가 가진 영향력을 보태 한국의 역사를 알리고 싶습니다. 할리우드는 최종 목표예요.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정도의 영어 실력을 활용해서 언젠가는 세계무대로 가고 싶어요.”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