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방학숙제를 할 때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
방학숙제를 하는 유형은 보통 두 가지인데, 하나는 미리 방학하자마자 숙제를 다해버리는 스타일과 조금 태평한 친구들의 개학이 다가오면 서둘러 숙제를 하는 스타일이다.
그 두 스타일 모두 피할 수 없는 불편함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것이 방학 일기. 우와...일기...짜증난다. 그 날 날씨를 알아야 일기를 쓰지... 왜 문구점에서 파는 일기장에는 모두 날씨가 있었던 걸까. 비가 왔는지 태풍이 왔는지 맑았는지 흐렸는지 아니면 개었는지...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그래서 어린 날 나는 생각했다. 이미 지난 일기를 쓰는 일에 날씨의 정확함이 중요하다면 아주 정확하게 쓰기로. 그래서 여름방학 일기의 날씨는 "더움"으로, 겨울 방학숙제는 "추움"으로 써서 냈다. 방학숙제 점수가 높지는 않았지만 나름 ‘덥고 추운게 날씨가 아닌가’하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묻는다. “어떻게 일주일에 그 아이디어들을 다 만들어 내느냐”고. 또 “개그맨들은 머리가 아주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고. 아니면 “재미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음...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주 정확하고 아주 단순한 공식이 하나 있다. 모든 생각을 남들과 다르게 하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그냥 받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의심을 갖고 사물을 대하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하는 생각들을 갖고 있자는 거다.
속담을 예로 들자.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라는 것처럼 속담에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럼 뭐가 옳은 거지? 둘을 합치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오르지 말고 열 번 찍어 넘어 뜨려라" 정도가 맞는 걸까.
그리고 계속되는 의심. 만약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열한 번 찍을 것인가. 오르지 못할 나무를 천신만고 끝에 올랐는데 누군가 밑에서 열 번 도끼질을 하고 있다면? 등등...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여러 공상을 파생한다. 이것이 쓸데없는 생각이라 여긴다면 당신은 유머러스함을 갖출 자격이 없다. 이런 여러 공상의 시작이 당신의 여러 사고에서 유연함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림의 떡"이란 아무리 좋아도 본인이 가질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이것을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와 연결해서 생각하면 어떨까. 만일 떡줄 사람의 떡이 그림의 떡이라면, 그렇다면 "누워서 그림의 떡 먹기"는 가능한가? 어머니가 밤에 산길 가는데 호랑이가 나타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라고 얘기할 때 그림의 떡을 던져 준다면, 아예 떡을 주지 말고 곶감을 던진다면, 아니면 더 공격적으로 나가 떡 바구니를 호랑이에게 던지며 "다 쳐 묵으라!" 소리를 지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상상과 공상의 세계에서 이런 연관성들을 계속 찾아가는 일들 매우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유머 있는 삶을 만드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개그맨 박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