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ㅣ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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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크가 ‘동해’를 지켜냈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진행한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된 지명 왜곡 사례와 관련해 크로우 아시아 미술관(Crow Museum of Asian Art) 측이 해당 오류를 공식 인정하고 ‘East Sea(동해)’ 병기 및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국제적 문화기관이 실제 시정 조치에 나선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앞서 반크는 ‘제43회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참석차 댈러스를 방문한 기간 중 해당 미술관을 직접 방문해 전시물 중 일본 지도에서 ‘동해(East Sea)’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된 오류를 발견했다. 이에 반크는 역사적·국제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시정 요청 서한을 미술관 측에 발송한 바 있다.

반크 구승현 연구원은 시정 요청 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일본해’라는 명칭은 일제강점기, 즉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입장을 밝힐 수 없었던 시기에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국제수로기구(IHO) 문서에 단독으로 등록되었고, 이후 국제적으로 확산된 용어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비대칭성을 감안할 때 오늘날에는 단독 ‘동해’ 표기 혹은 ‘동해·일본해’ 병기가 더 공정하고 균형 잡힌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 연구원은 실제로 돌링 킨더슬리(DK), 월드아틀라스(World Atlas),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등 세계적 출판사 및 지도 제작사들이 반크의 요청에 따라 ‘East Sea’ 병기를 수용한 사례를 소개하며, 병기가 한국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국제 사회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합리적 결정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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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국 버지니아주는 2017년부터 주 내 모든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뉴욕주 교육청 역시 2019년부터 동일한 권고를 시행 중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국제적 흐름과도 부합하는 방향임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시정 요청은 국제수로기구(IHO)와 UN 지명표준화회의(UNCSGN)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두 기구는 “지명을 둘 이상 국가가 공유할 경우 단일 명칭에 합의하되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각국의 명칭을 병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기준을 충실히 반영한 요청은 논리적 설득력을 갖추었고, 크로우 아시아 미술관이 이를 빠르게 수용하게 된 주요 배경이 되었다.

이에 대해 크로우 아시아 미술관의 나탈리아 디 피에트란토니오(Natalia Di Pietrantonio) 수석 큐레이터는 5일 공식 회신을 통해 다음과 같은 시정 조치를 약속했다.

“이번 전시 해설문은 일본 미술 전문 외부 큐레이터가 작성한 것으로 ‘Sea of Japan’이라는 표현이 편집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한 것은 저희의 명백한 실수이며, 깊이 사과드립니다. 우리 기관의 사명과 일치하지 않는 명칭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항을 전시 해설문 스타일 가이드에 명확히 반영했으며, 앞으로는 ‘East Sea’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입니다. 문제의 지도는 오늘부로 철거되었으며 향후 외부 큐레이터 초청 시에도 이 사안에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이처럼 미술관 측은 오류를 전면 인정하고 향후 전시에 ‘동해(East Sea)’ 표기를 반영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히 해당 사항이 전시 해설문 스타일 가이드에까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기관 차원의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진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이번 시정은 댈러스라는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 유수 기관에 한국의 역사와 지리를 바로 알리는 외교적 모델 사례”라며 “이제는 한국학교 교사들, 글로벌 차세대들을 포함한 750만 재외동포 모두가 함께 협력해 한국의 정체성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세계에 확산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K-팝과 드라마, 게임을 넘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한국형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승현 연구원은 “미국 주요 박물관의 아시아관은 여전히 중국과 일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독립된 전시 공간이 마련되고, 보다 다양한 아시아 문화를 균형 있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전시 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라며 미국 내 문화 기관에서도 한국에 대한 전시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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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연구원은 “이번 사례를 미주 한국학교 교사들과 한인 동포, 그리고 한인 차세대에게 널리 공유해 750만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을 알리는 글로벌 한류 홍보대사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세계에 바로 알리는 일은 정부나 반크만의 몫이 아니라 전 세계 한인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이라며, “이번 시정 사례가 단발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한류 확산의 기반이 되는 한인 공동체의 역할 강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반크는 최근 ‘제43회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 참가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반크의 박기태 단장과 권소영·구승현 연구원은 한류 열풍 속에서 한국학교 교사들이 ‘대한민국 한류 홍보대사’로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현장 교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 반크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한국학교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각국의 한국 대사관, 총영사관, 문화원, 교육원 등과도 유기적으로 연계해 대한민국을 세계에 올바르게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이하는 미국 크로우 아시아 미술관 답장 전문
우리 기관을 방문해 주시고 이 문제를 알려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의 편집 과정에서의 실수로 인해 불편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리며, 우리 기관의 사명과 일치하지 않는 명칭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전시의 경우, 일본 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부 객원 큐레이터가 모든 전시 해설 자료를 작성하였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Sea of Japan(일본해)”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을 편집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은 저희의 명백한 실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사항을 박물관의 전시 해설문 작성 스타일 가이드에 명확히 반영하였으며, 앞으로는 “East Sea(동해)”라는 용어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앞으로 외부 큐레이터를 초청할 때 이와 같은 용어 사용에 특히 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지도는 오늘부로 철거되었으며, 현재 해당 전시 공간은 새 전시를 위한 준비가 진행 중입니다. 철거되기 전 그 오류를 발견하고 알려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저희는 앞으로도 역사적으로 정확한 언어 사용을 위해 더욱 철저히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방문 중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귀한 시간을 내어 의견을 전달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리며, 앞으로 다시 댈러스를 방문하실 때 우리 기관에도 꼭 들러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