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메이저리그에서는 세이브와 연관된 뉴스가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세이브 룰을 창안해 1969년 메이저리그가 공식으로 이 기록을 채택하도록 만든 주인공 제롬 홀츠먼 기자의 타계 소식이었다. 또 하나는 28일 뉴욕 쿠퍼스타운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무리 투수 리치 고시지의 명예의 전당 헌액식 뉴스였다. 홀츠먼 기자가 아니었다면 고시지의 명예의 전당 가입이 아직도 미뤄질 수 있었다. 특급 마무리 투수들의 연봉이 1000만달러를 상회하는 것도 홀츠먼 기자 덕분이다. 1969년 전까지 메이저리그도 세이브 룰이 없어 구원투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매우 미흡했다. 그런데 시카고에서 야구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홀츠먼이 세이브 룰을 고안했다. 나중에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에 의해 발탁돼 메이저리그 역사편찬을 맡는 일을 했다. 82살에 타계한 그는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된 훌륭한 야구기자였다. 고시지(57)는 160km에 육박하는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뿌렸던 소방수였다. 22년 동안 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욕 양키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9개 팀을 거치며 통산 124승 107패 310세이브 방어율 3.01을 기록했다. 고시지는 94년 은퇴 후 8수끝에 쿠퍼스타운에 몸을 실었다. 이날 명예의 전당 가입 수락연설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까닭도 8전9기만에 명실상부한 소방수로 인정받은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마무리 투수의 명예의 전당 가입에 매우 까다롭다. 물론 세이브 룰이 1969년 뒤늦게 채택된 이유도 무시할 수는 없다. 역대 구원투수로 명예의 전당에 가입된 투수는 호이트 빌헬름, 롤리 핑거스, 데니스 에커슬리, 브루스 수터, 고시지등 5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첫번째 기자단 투표에 의해 명예의 전당에 가입된 투수는 에커슬리 뿐이다. 모두 몇년씩 대기 끝에 영광의 문을 통과했다. 구원투수 5명 가운데 순수 마무리는 지난해 턱걸이(76.9%)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수터가 유일하다. 모두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바꿨다. 고시지도 풀타임 6년차부터 본격적인 구원투수로 활동했다. 고시지가 요즘처럼 1이닝 또는 4아웃 마무리를 했다면 훨씬 더 위력적이었을 것이다. 310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2이닝 이상 던지고 세이브를 작성한 게 무려 52차례에 이른다. 한 시즌에 마무리투수로 100이닝 이상을 3차례나 던졌다. 현역 최고의 소방수로 평가받는 뉴욕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는 통산 2이닝 이상 세이브는 단 1개뿐이다. 리베라는 통산 469세이브를 작성했다. 세이브 부문 최다 기록 보유자 트레버 호프먼(546세이브)은 단 한번도 이런 식의 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없다. 기자들이 세이브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이브 기록에는 허수가 너무 많다. 1이닝 3점차를 막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하위타선으로 내려가면 거저 먹는 세이브도 꽤 있다. 호프먼 이전의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 리 스미스(478세이브)가 여전히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탈락하는 게 이와 무관치 않다. LA | 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