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 결국은‘사령탑머리싸움’

입력 2008-10-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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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 익숙하고 통달한 사람을 ‘숙달된 자’라 하고 한 가지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라고 한다. 그러나 20세기까지는 숙달된 사람이 전문가로 불리기도 했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그 의미가 달라졌다.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만을 보유한 숙달된 사람과 새로운 지식을 쌓으면서 끊임없는 도전과 자기계발속에 창조적 업무수행을 하는 전문가와는 구별된다. 프로야구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활동한 숙달된 자와 같은 기간을 보내더라도 끊임없이 연구·계발 하는 자와는 다르다. 금년에도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한 SK 김성근 감독의 야구스타일에 대해 좋아하는 팬과 달갑잖게 생각하는 팬들로 나누어지기도 하지만 이기는 야구를 하는 전문가라는 데에 동감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김 감독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며 예전의 모습을 탈피했다. 그 계기는 일본의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직을 맡으면서 미국인 감독 보비 밸런타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보여준 궤도 수정과 보완도 있겠지만, 넓은 시각에서 야구를 보고 다양한 사회경험이 접목되면서 야구관과 인생관의 큰 변화가 최근 몇 년 사이 있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야구계에 30-40년을 몸담았어도 지도자생활을 생계유지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과는 대조된다는 말이다. 지금 한창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내는 올해 포스트시즌 경기가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 펼쳐지고 있다. 압축된 단기전 승부를 보면 숙달자로 머문 사람과 전문가로 진일보한 사람의 차이를 느낄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전력이라면 그 차이는 승부에 결정적 요소가 될 확률이 더욱 크다. 포스트시즌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의 한 시즌을 준비하는 자세 역시 러시안 룰렛게임처럼 도박하듯이 한다면 그런 숙달자 집단은 결코 성공과 우승의 영광을 맛볼 수 없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승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포스트시즌을 보면 한순간 실수와 판단착오가 흐름을 좌우함을 보게 된다. 페넌트레이스와 같은 사고와 대비로는 결코 우승할 수 없는 게 챔피언 자리일 것이다. 물론 전문가의 요건을 갖추어도 행운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기다리고 있는 SK 김성근 감독의 파트너가 어느 팀이 될 것이며, 지략 대결은 어찌될지 벌써부터 흥미를 끈다. 또 포스트시즌에 관심이 쏠려있는 동안 새로이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고 있는 구단이 있다면 숙달자와 전문가 구별을 잘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도 결코 숙달자 집단이 전문가 집단을 꺾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살아있는 교훈을 이번 가을잔치를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코치,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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