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상 등진 아버지 가슴에 묻고 출격 - “우승메달 산소에 바친다”약속 하늘이 도와
눈물과 환희가 범벅이 된 도쿄의 7일 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결승골의 주역’ 김형일(25)은 가장 서럽게, 그리고 가장 행복하게 울었다. 이날 김형일은 후반 21분 김재성의 프리킥을 헤딩 결승골로 연결, 팀을 아시아 클럽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누구보다 이번 결승전을 학수고대했다. 지난 달 30일 부친(故 김보년 씨)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픔. 그럼에도 김형일은 슬픔을 묻어둔 채 발인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선수단에 합류했다.
결승골이 터진 순간, 또 승리가 확정된 순간, 김형일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 세리머니를 했다. ‘제게 힘을 주시는 아빠, 저희 포항을 지켜주시고 도와주세요’라고.
“사실 아버지 투병 중에 서로 약속한 게 있다. 혼자 간직하고픈 비밀이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프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외롭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다른 동료들처럼 가족을 데려올 수 없었어도 곁에는 동료들이 있었다. 킥오프에 앞서 포항 선수들은 “형일이가 우승 메달을 아버지 산소에 바치기 위해 우린 꼭 이겨야 한다”고 약속했다. 득점엔 하늘의 도움이 컸다. 1-0으로 앞설 때 포항 벤치는 세트피스를 얻고도 수비 강화를 위해 김형일에게 “공격에 가담 말고, 수비 지역을 지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김형일은 이러한 외침을 듣지 못했다. “(지시를) 못들었다. 왠지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께 떳떳한 아들이 될 수 있으니 행복하다.”
도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