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스포츠에서 마케팅과 관련해 이론적으로 개념을 정립하고 시도한 대표적인 구단은 SK 와이번스다. 2007년 SK가 들고 나온 ‘스포테인먼트’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실체가 확실하지 않다는 일부의 견해도 있었지만 새로운 개념을 발굴했다는 측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이후 SK는 ‘스포테인먼트 2.0’, ‘스포테인먼트 2.0+’ 등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SK의 강점은 구호 및 선언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책자를 통해 먼저 이론적으로 개념을 정립하고 시행하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마케팅에서 SK의 ‘스포테인먼트 시리즈’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SK가 이러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기저에는 역사가 짧은 구단이라는 핸디캡과 더불어 문학구장이라는 훌륭한 하드웨어를 어떻게든 활용해야하는 절박함도 동시에 작용했으리라. 그러나 절박하다고 해서 모두가 다 SK처럼 접근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프로축구는 물론이고 프로야구도 적자가 누적되는 속에서도 구단의 관심은 오직 성적밖에 없었다. 훌륭한 경기장 인프라는 방치하다시피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SK는 관중동원과 상관없이 프로야구 시장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런 SK가 이번에는 ‘그린스포츠’를 들고 나왔다. 확실히 남다른 접근법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현실에 매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자들의 충고를 ‘이상론’으로 간주하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자들의 이론이 당장 구현이 안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정답’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론이 틀린 것이 아니라 앞서가기 때문에, 현실과 불일치가 일어날 뿐이다.
필자가 ‘2008 북경세계스포츠박람회’와 ‘2009 타이베이 세계스포츠박람회’를 참관하고 느낀 점은, 바로 ‘그린스포츠’의 도래였다. 이번 학기 동료교수의 스포츠마케팅수업, 팀 프로젝트 과제도 프로스포츠에서 ‘그린마케팅’적용이었다. 수업 최종 발표에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SK에 대해 ‘불평’했다. 한 학기 내내 준비했는데 SK가 먼저 언론을 통해 ‘그린스포츠’를 선점했다고. 웃고 말았지만, 필자가 보기에도 SK프런트는 확실히 시대를 앞서간다. 국내프로스포츠 수준에서 SK 와이번스를 제외하고 ‘그린스포츠’에 대해 생각이라도 해본 구단이 몇 개나 될지 궁금하다. 물론 ‘그린스포츠’도 아직은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향후 실천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지향점은 제대로 잡았다.
이미 NBA는 의무적으로 그린 주간을 지정하고 있다. ‘그린데이’ 때는 홈팀 유니폼도 녹색이고, 후원사들도 녹색의 로고로 동참한다. 국내프로스포츠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의 70%%는 재활용 가능하다. 사직구장의 주말경기 쓰레기 배출량은 평균 44톤이다. 자원재활용과 자원절약, 탄소배출 억제 등 녹색성장은 정부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시대적인 화두다. SK가 2010년부터 3년간 주제로 삼은 ‘그린스포츠’프로젝트가 프로스포츠도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되기를 기원하고, 이러한 활동이 프로스포츠의 궁극적 목표인 지역밀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