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넥센 장기영, 투수에서 타자로…Top을 향한 행진곡

입력 2010-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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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최고 1번타자 대도전
넥센 장기영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톱타자로 성장하고 있다. 투수 출신으로 입단 후 7년간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가 타자 전향 3년 만에 1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장기영은 18일까지 타율 0.288, 51득점, 43타점을 올리고 있다. 1군 첫 시즌에 이미 100안타를 넘어섰고 도루는 31개를 기록해 전체 3위에 올라있다. 지난해까지 그에게는 웃음이 없었다. 부상과 재활로 이어지는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고 야구를 포기할 뻔한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데뷔 10년 만에 빛을 보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장기영이 치고 달린다. 그는 요즘 야구가 정말 재미있다고 한다.


○목표는 최고 1번타자

장기영의 목표는 최고 1번타자다. 그는 리그 최고의 왼손 1번타자인 두산 이종욱과 KIA 이용규, LG 이대형을 뛰어넘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장기영은 “종욱이 형은 센스와 수비능력이 좋다. 용규는 밀어치는 타격이 예술이고, 대형이는 도루에 대한 자신감이 뛰어나다”며 세 선수의 경기를 많이 관찰한다고 했다. 그의 꿈은 안타와 득점, 도루 부문에서 국가대표 3총사를 뛰어넘는 것이다. “최고 1번타자 하면 장기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넥센 선수들은 장기영을 ‘천재’라고 부른다. 7년 동안 방망이 한번 잡지 않았던 선수가 1군 첫 시즌에 기대 이상으로 잘하기 때문이다. 장기영의 도전을 주목하자. 그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다시 찾은 희망의 빛

투수로 입단해 7년 동안 부상·재활 악순환
우연히 들어선 타석에서 인생 바꾼 총알타



○“너 타격 한번 해볼래?”

2007년 여름. 상무와의 2군 경기가 열리고 있던 원당구장. 장기영은 이날도 어깨가 아파 덕아웃 구석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김응국 타격코치가 그를 불렀다. “장기영, 너 타격 한번 해볼래?” 타석에 나갈 야수가 없었다. 여기에서 그의 인생을 바꾼 대답이 나왔다. “예. 저 고등학교 때 잘 쳤습니다.”그때“어깨가 아파 힘든데요”라고 했다면 타자 장기영은 아마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중견수 앞에 총알 같은 안타를 때렸다. 김응국 현 김해고 타격코치는“첫 타석에서 안타 치는 걸 보고 이 녀석은 타자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장기영을 타자로 전향시키는데 성공했다. 김 코치는 투수로 입단해 타자로 성공한 대표적 선수다. 투수로는 1승도 못했지만 1452안타와 207도루를 기록하며 롯데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동료들은 그를 천재라 부른다

타자전향 3년 만에 2할8푼·51득점·43타점
1루까지 3.8초 질주·상대 볼배합 간파 탁월



○훈련과 노력뿐! 스스로를 믿었다

고교 시절 이후 7년 동안 방망이를 놓았던 장기영이 이제 방망이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훈련밖에 없었다. 하루 1500개씩 스윙을 했다. 타자가 되기 위해선 타자의 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손에 물집이 생기고 피가 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투수하면서 어깨 아파 미래가 없던 저에게 타자는 희망이었죠. 정말 힘들지 않았어요.”그러나 타자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2군 경기에 나가 타석에 섰지만 공이 보이질 않았다. 변화구는 타이밍조차 잡기 힘들었다. 그러나 결코 희망을 놓지 않았다. 2008년 김응국 코치에게 1년을 배웠고, 2009년에는 심재학 코치의 도움을 받았다. 2년 만에 장기영은 빠르게 타자로 변신했다. 그래도 올해 1군에서 이렇게 잘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장기영의 장점

장기영은 100m를 11초1에 뛴다. 그가 1루까지 뛰는 스피드는 3초8이다. LG 이대형과 맞먹을 정도로 빠르다. 투수를 했다는 점도 그에게 큰 도움을 준다. 볼배합을 읽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아직 스윙이 미완성이라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예상했던 공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수비 범위도 넓고 다이빙 캐치도 잘한다. 강한 송구능력도 그의 장점이다. 투수를 할 때는 어깨가 아파 공을 제대로 못 던졌는데 타자가 된 뒤에는 신기하게도 어깨가 아프지 않다. 잘 생긴 얼굴도 그의 장점이다.


○체력관리 절감


4월부터 줄곧 3할대의 월별 타율을 기록했던 장기영이 7월 한달간 1할대로 추락했다. “몸에 힘이 없어요. 타구가 뻗어나가지도 않고…. ‘아, 이게 형들이 말한 풀타임 위기구나!’ 라고 직감했죠.” 다행히 8월에는 3할 타율을 되찾았다. “야구는 결코 경기장 안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는 빠르게 몸으로 느꼈다.


최고 톱타자·도루왕 다부진 야망

올 목표 추월…140안타·40도루 상향조정
“이종욱 이용규 이대형 3인방 뛰어넘고 싶다”



○목표 상향조정


장기영의 올 시즌 목표는 100안타와 30도루. “시즌 초 톱타자로 뛰었던 정수성 형이 잘했으면 저에게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는데 운이 많이 따랐죠.”정수성이 감기몸살로 2군에 내려가면서 장기영은 4월 14일 롯데전에 처음 선발 출장했다.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사도스키에게 시즌 첫 안타를 뽑았다. 5타수 2안타 2득점. 준수한 데뷔전을 치렀고 이후 그는 넥센의 1번타자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8월 13일 LG전에서 100안타를 때린 그는 18일 KIA전에서 도루 3개를 추가해 시즌 32호 도루를 기록했다. 그는 올해 목표를 140안타와 40도루로 상향조정했다.


○내년에는 도루왕 도전

장기영은 하루하루 발전하는 타자다. 아직 밀어치기에 약하고 도루 스타트나 수비의 판단력이 아쉬울 때도 있다. 그러나 김시진 감독은 항상 장기영을 칭찬한다. 그가 올해 보여준 경기력이 엄청난 노력과 재능 없이는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장기영에게는 최다안타와 도루, 득점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내년에는 먼저 도루왕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멋진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다”고 했다. 그는 데뷔 후 9년간 뚜렷한 목표조차 세울 수 없는 힘든 시간을 정말 잘 이겨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살면서 가장 행복한 일이다. 시련을 이겨낸 장기영이 또 한편의 인간극장을 써나가고 있다.


▶Who 장기영? ▲생년월일=1982년 5월 9일 ▲출신교=감천초~대동중~경남고 ▲키·몸무게=180cm·73kg(좌투좌타) ▲프로 데뷔=2001년(2001 신인 드래프트 현대 2차 1번. 전체 9번) ▲2009년 성적(1군)=15경기 25타수 5안타 1타점 3득점 5도루 ▲2010년 연봉=25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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