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의 이것이 야구다] Q. 코치가 홈런주자 업었다면?

입력 2012-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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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치가 홈런주자 업었다면?
A. 안전진루권 부여…득점 인정


홈런을 치거나 끝내기 안타를 때렸을 때 정도를 넘어선 과격한 세리머니는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지난해 과격한 세리머니를 줄여달라고 각 구단에 요청했다.

2009년 WBC 예선 때 멕시코에 5-6으로 지고 있던 쿠바는 구리엘이 역전 3점홈런을 때리자 선수 몇 명이 덕아웃 밖으로 나와서 구리엘을 맞이하며 하이파이브를 했고, 메이저리그 소속인 테드라 구심이 선수들에게 덕아웃 안으로 들어가라며 강력하게 제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상대팀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덕아웃 밖으로 나오는 세리머니를 금지하고 있다.

1999년 두산전에서 롯데 김민재는 좌익수 머리 뒤로 크게 날아가는 타구를 날린 뒤 홈런임을 자신했다. 그러나 1루 베이스 앞에서 한영준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한 뒤에야 타구가 펜스에 맞고 떨어진 사실을 알아차렸다. 전력으로 내달려 2루에 도착한 김민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이어 고개를 떨구고 만다.

두산 김인식 감독이 김민재가 1루를 돌던 중에 1루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한 것은 코치가 주루 중인 주자와 접촉한 것으로 규칙에 위배 된다고 심판에게 어필을 했고, 4심 합의를 통해 어필이 받아들여졌기 때문. 야구규칙 7.09(i) ‘3루 또는 1루 쪽의 베이스 코치가 주자에게 닿거나 부축하여 주자가 베이스로 돌아가거나 다음 베이스로 가는 것에 육체적으로 도움을 주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주자는 아웃된다’라는 것을 적용한 것이다.

2002년 삼성과 LG의 한국시리즈 6차전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6-9로 뒤진 삼성은 9회말 1사후 국민타자 이승엽의 극적인 3점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다음 타자 마해영은 바뀐 투수 최원호를 상대로 바깥쪽 공을 밀어쳐 우승을 확정짓는 끝내기 홈런을 쳐냈다. 여기서 한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자. 너무 기뻤던 마해영은 1루를 앞에 두고 비행기 놀이를 하듯 양손을 펴고 빙글빙글 돌더니 2루를 지나 3루를 밟고 류중일 3루코치와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감격스런 홈런으로 우승을 하게 된 류중일 3루코치는 마해영을 얼싸 안고 기쁨을 만끽하더니 이내 마해영을 업고 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자기보다 훨씬 큰 마해영을 업고 5m 정도 걸어간 류 코치는 힘이 들었는지 선수를 내려놓았고, 마해영은 이후 걸어서 홈을 밟았다. 류 코치의 힘을 빌려 몇 걸음 이동한 것은 사실, 이런 경우 아웃일까 아니면 세이프일까.

김민재가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아웃이 된 이후, KBO 심판위원회에서는 홈런으로 알고 하이파이브를 한 것은 주자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홈런을 치고 주루중인 마해영을 류 코치가 업고 달렸다고는 하나 마해영은 홈런이라는 안전진루권이 부여된 상태에서 주자의 의무를 하고 있고, 코치가 업고 달렸다고 하여도 육체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경우는 득점을 인정해야 맞다.

즉 7.09(i)의 규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주루코치가 확실하게 주자를 막아서면서 접촉이 생기거나 넘어져 있는 선수를 일으켜 세운다든지 하는 직접 접촉을 아웃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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