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겉으론 “성적이 좀…” 속으론 “못 믿겠다!”

입력 2012-09-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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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올 시즌 4강에 들지 못한 책임을 물어 17일 김시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구단 고위층은 시즌 초반의 좋은 성적을 이어가지 못한 데 대해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동아DB

넥센은 왜 김시진 감독을 전격 경질했나

올 초반 잘나가다 곤두박질 큰 실망
가을 야구 기대에 못 미치자 칼 빼

무리한 선수기용-어이없는 역전패
구단 수뇌부 신뢰 잃어 도중하차


넥센 히어로즈가 김시진(54)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넥센은 17일 “2009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김시진 감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넥센은 김성갑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해 잔여경기를 치른다. 지난해 3월 김 감독과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한 넥센은 남은 계약기간 2년에 대한 연봉(6억원)을 모두 지급한다. 파격 인사를 결정한 배경을 살펴본다.


○표면적 이유는 성적부진

김시진 감독의 표면적 경질 사유는 성적부진이다. 넥센은 올 시즌 초반 호성적을 거뒀다. 5월에는 1위에도 오를 정도로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꼴찌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택근∼박병호∼강정호의 클린업트리오가 맹활약했고, 용병 듀오 밴 헤켄과 브랜든 나이트가 중심축을 이루며 마운드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7월 하순부터 팀 성적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전들의 체력저하와 부상 등이 겹치면서 급격히 추락했다. 8월 중순까지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9월 들어 가을야구를 포기하게 됐다. 프로야구계 한 관계자는 “구단 고위층에선 올해 4강 진출을 기대했는데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김시진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화를 주지 못한 4년

김시진 감독은 올해까지 4년간 넥센 지휘봉을 잡았지만 나름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넥센 사령탑으로 취임한 초기에는 구단이 핵심선수들을 팔아 운영비를 마련하는 탓에 자신의 구상대로 팀을 이끌 기회를 사실상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 시즌까지는 어느 정도 전력이 갖춰졌지만,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에 이끌려 선수기용에서 과단성이 떨어졌고, 긴 안목에서 휴식이 필요했던 몇몇 선수를 무리시키면서 부상 후유증을 낳기도 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의 고비였던 8월에는 잡을 수 있었던 몇 경기를 역전패 당하면서 구단 수뇌부의 신임을 잃었다.

넥센 구단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올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다가 순위가 하락하는 과정이 좋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구단 수뇌부가) 그 과정이 LG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남은 계약기간 2년 동안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좀더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시 못하면서 신뢰를 잃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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