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한없이 좋구나”…봉중근 부자 ‘감동 시구’

입력 2012-09-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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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봉중근의 아버지 봉동식 씨(오른쪽 끝)가 21일 잠실 롯데전의 시구자로 나섰다. 봉중근(왼쪽 2번째)은 부정이 듬뿍 담긴 공을 직접 받았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암투병 야구대디, 마운드서 희망투

아버지는 “한없이 좋다”고 했고, 아들은 “꿈만 같다”고 했다.

LG 마무리투수 봉중근(32)의 아버지 봉동식 씨(71)가 21일 잠실 롯데전의 시구자로 나섰다.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부축해 마운드에 오른 뒤 천천히 포수 자리로 이동했다. 아버지의 볼을 직접 받기 위해서였다. 부자가 함께 그라운드에 선 것은 이날이 난생 처음이었다.

이날의 ‘특별한 시구’는 아버지의 바람을 아들이 구단에 전하면서 성사됐다. 아버지는 요즘말로 얘기하면 ‘아들바보’였다. 대장암이 발견돼 2003년 택시 운전을 그만두기까지, 아버지의 택시 안은 온통 아들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1남3녀 중 막내인 아들이 미국에 진출하기 전 한국에서 중·고 시절을 보낼 때는, 음료수 한 박스를 사 들고 매일 야구장을 찾다시피 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과 암으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지는 날이 많아졌고, 현재도 경기도 고양 국립암센터에서 투병 중이다.

‘특별한 시구’를 위해 외출 허가를 받아 잠실구장에 온 아버지는 LG 김기태 감독에게 “못난 아들,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봉중근의 신일고 선배이기도 한 롯데 양승호 감독은 “중근이 아버님의 아들 사랑은 정말 각별하셨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아버지와 시구 연습을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 봉중근은 “아버지께서 꼭 한번 시구를 하고 싶어 하셨는데, 이제 그 꿈이 이뤄졌다”며 “그나마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 다음 검사 결과가 좋으면 곧 퇴원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부지런하시고, 건강하시던 예전 모습을 다시 찾으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가 시구를 한 날, 아들은 9회 1사 후 등판해 팀 승리를 지키며 시즌 22세이브를 기록했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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