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뭉치게 만든건 ‘김기태감독의 독설’

입력 2012-09-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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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얼마 전 LG 김기태 감독(사진)은 SK 이만수 감독을 공격했다. 그리고 스스로 밝힌 대로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였는지 사과하지 않았다. 세계 어떤 나라보다 연장자를 존중하는 문화적 특성을 지닌 한국, 특히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우리 체육계의 현실에서 보자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더욱이 김 감독은 평소 예의를 무척 중시하는 스타일이라, 김 감독의 이 같은 언행은 상대팀 못지않게 소속팀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치 못한 효과가 SK에서 일어나고 있다. SK 클럽하우스의 리더 이호준(36)은 26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우리도 신문기사를 본다. 어제(LG와 경기)는 한국시리즈 1차전 같은 기분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일까.

이만수 감독은 공격을 받았지만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일도 아니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선수들 스스로는 많은 것을 느끼는 듯했다. 이호준은 “어제 5점을 낸 뒤 모두 한 목소리로 ‘1점만 떠 뽑자’, ‘7점까지 내자’며 힘을 냈다”고 밝혔다. 김성근 전 감독의 퇴임 이후 이만수 감독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일부 SK 팬들도 갑작스러운 타팀의 공격에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사령탑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티격태격하던 중세 유럽의 국가들도 이슬람 세력이 예루살렘을 정복하자 힘을 모아 십자군을 보냈다. 외침은 내부의 적도 동료로 만든다. 공격을 받은 SK는 단숨에 2위로 치고 올라갔고, 단단히 뭉쳐 가을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정근우의 베이스 커버는 주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2루주자가 사인을 훔친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를 모독했다’ 등 그동안 SK에 대한 타팀의 공격은 빈번했다. 그러나 성공했던 경우는 2009년 한국시리즈 당시 KIA가 제기한 ‘SK 전력분석원의 관중석 사인 보내기 의혹’ 정도였다.

목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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