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장사’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홈런이었다. SK 최정(14번)이 29일 KS 4차전 4회말 1사 후 방망이가 부러지는 와중에도 백투백 홈런을 때린 뒤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문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4차전 백투백 홈런 치는 순간 ‘뿌지직’
“올 시즌 중 가장 운이 좋은 홈런” 겸손
잘 칠 때도 훈련 또 훈련…‘땀의 매직’
SK 최정(25)은 달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눌변 속에 진실을 담을 줄 아는 매력을 지녔다.
공·수·주에서 현역 최고의 3루수로 평가 받지만, 그는 야구에 대한 질문에 항상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주변에선 “몰라서가 아니라 고민이 많아서”라고 설명한다. 최정은 2안타를 쳐도 다음날 3안타를 치기 위해 자신의 폼에 미세한 수정을 가하기도 한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2010∼2012시즌 3년 연속 3할 타율-20홈런의 금자탑으로 돌아왔다. 삼성과의 올해 한국시리즈(KS)에서도 최정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 3안타에 안주하지 않고 구슬땀
최정은 이번 KS 1·2차전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중심타선의 침체 속에 SK도 2연패를 당했다.
28일 3차전을 앞두고 그는 “못 칠 수도 있는 것이고, 잘 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제 몫을 못했다’는 비난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말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3차전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전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29일 4차전을 앞두고 그는 베팅케이지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타격훈련 마지막 조에 속했던 그는 김경기 타격코치와 함께 가장 늦게까지 배트를 돌렸다.
김 코치는 “스윙이 좀 크다. 시야를 너무 멀리 두지 말고 좁혀라. 센터 방향을 보고 타격하라”고 조언했다. 손목 활용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SK 최정(오른쪽)이 29일 KS 4차전 4회말 좌월솔로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문학|김민성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배트 부러지면서도 홈런 괴력
그 결과는 4차전 4회말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좌월솔로홈런(105m)으로 돌아왔다. 볼카운트 1B-0S서 삼성 선발 탈보트의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시속 136km)를 번개처럼 쳐올렸다. 30일 문학구장에서 팀 훈련을 마친 뒤 최정은 “백도어성 슬라이더였는데, 올 시즌 가장 운이 좋은 홈런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전력으로 돈 사연에 대해 털어놓았다. “치는 순간 배트 손잡이 부분에서 ‘뿌지직’ 소리가 났어요. 사실 배트 중심이 아니라 약간 안쪽에 맞았는데, 코스가 좋더라고요. 2루타가 될 줄 알고 열심히 뛰었는데….” 그러나 공은 이미 펜스를 넘어갔다. 2루 근처를 지나던 최정은 한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아, 심판에게 물어본 거예요. 정말 홈런이 맞는지.” 자신의 파워에 뿌듯했던 그는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진짜 세리머니를 했다.
최정이 이런 괴력을 보여준 것은 29일이 처음은 아니다. 만 19세이던 2006년 6월 7일 대전 한화전에서 특급 마무리 구대성을 상대로 배트가 부러지면서 홈런을 쳤다. 놀란 구대성은 심판에게 배트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압축배트’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였다. 그러나 결론은 ‘소년장사’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m@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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