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홍정호 “축구인생 2막…다음 목표 분데스리가”

입력 2013-05-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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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자신과의 싸움을 딛고 태극마크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오랜 부상을 이겨낸 제주 홍정호는 희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 1년만에 복귀 제주 홍정호

올림픽 아쉽지만 해외파 친구들 좋은 자극제
부상 트라우마, 그라운드 밟으니 한방에 해결
스피드·반사신경 아직 미흡…보강운동 총력

“간절함이 뭔지 이제야 알게 됐어요.”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제주 유나이티드 중앙 수비수 홍정호(24)의 말에는 모든 게 함축돼 있었다. 그는 작년 4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장기간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이달 초 건국대와 FA컵까지 기다린 시간은 부상 후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18일 수원 삼성(2-1 제주 승) 원정에서 후반 29분 교체 투입됐고, 26일 FC서울과 안방 승부(4-4 무)에서 드디어 선발 투입됐다. 중요했던 강호들과 릴레이 대결. 홍정호는 중추 역할을 하며 조금씩 예전의 기량을 회복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또 한 번의 출발선일 뿐이다. 서귀포의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홍정호를 만났다.


○동료들이 준 긍정의 자극

2012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호가 동메달 신화를 일궜을 때 홍정호는 그 자리에 없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아시아 예선을 누빈 그이기에 동료들의 선전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지만 아쉬움도 분명 있었다. 그 때 “천천히, 서둘지 말라. 완전할 때 컴백하라”는 홍명보 감독의 조언은 큰 도움이었다. 그래도 늘 아프고 쓰라린 기억이다.

“친구들이 급성장했잖아요. 세계무대를 경험했고, 또 좋은 팀으로 진출하고. 저도 친구들을 따라가야죠. 친구들도 절 보고 있으니까요.”

그리웠던 필드. 축구인생 제2막이 열렸지만 홍정호는 아직 태극전사가 아니다. 주변에서는 국가대표팀의 한 자리는 당연히 그의 몫이라고 여겼다. 예고도 없이 닥쳐온 부상은 올림픽도, 태극마크도 앗아갔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올림픽의 아픔을 2014브라질월드컵으로 풀어낼 요량이다.

“(대표팀이 모이는) 파주NFC가 너무 그리워요. 간절하게요. 특히 작년 여름 스페인과 원정 평가전은 너무 뛰고 싶었죠. 큰 무대, 큰 선수들과 부딪혀보고 싶었는데.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보탬이 되지도 못하고 있고. 부상 없이 올해를 잘 마치고,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싶어요. 친구들이 좋은 자극제가 됐어요. 저 또한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얻었고요.”


○남다른 클래스를 보여주다

지난 주말 제주는 서울과 난타전 끝에 4-4로 비겼다. 추가시간에만 두 골이 터졌으니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던 명승부였다. 여기서 홍정호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초반 제주 박경훈 감독이 준비한 스리(3)백 수비라인의 중심에 선 그는 일정 상황이 되면 미드필드로 전진하면서 전방에 볼 배급을 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포(4)백으로 전환된 후반에도 디펜스를 이끌며 안정감을 보였고, 후반 32분 마다스치와 교체됐을 때 스코어는 3-2 제주의 리드였다. 그런데 제주는 홍정호가 빠진지 불과 7분 만에 서울과 동점이 됐고, 4-3으로 앞서던 후반 종료 직전에는 통한의 페널티킥(PK) 실점을 했다.

“다 이긴 줄 알았는데, 내가 못해 졌어요. 잠을 못 잤죠. 좀 더 집중했으면….”

하지만 제주 코칭스태프는 아쉬움보다는 희망을 봤다. 특히 최영준 코치는 “(홍)정호가 있을 때와 빠졌을 때가 상당히 다르다. 서울전에서 증명됐다. 그게 바로 클래스”라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홍정호의 플레이는 합격점이다.


○내 인생을 바꿔준 시련

FA컵 투입을 앞두고 제주 박경훈 감독은 제자 걱정에 “잘 뛸 수 있겠냐”고 물었다. 수비수들의 연이은 이탈에 사령탑 자신도 급했지만 부상에서 갓 돌아온 선수를 무작정 투입할 수는 없었다. “예!” 대답은 명쾌했지만 사실 두려움 반, 기대 반 심경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혹시 모를 부상 트라우마도 걱정됐다.

“복귀를 앞두고 생각이 많았어요. ‘잘할 수 있을까?’ ‘정말 괜찮을까?’라고요. 다친 순간이 떠오를까 불안하기도 했고. 어쨌든 제가 극복할 문제니까 도전하기로 했죠. 막상 그라운드를 밟으니 무섭지 않더라고요. 마음과 몸이 약간 따로 놀았던 걸 빼면 괜찮았어요.”

홍정호는 부상 전과 후의 가장 큰 차이를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잡념은 아니다. 철없던 시절, 무작정 투입됐다면 이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과거형이 됐다.

“쉬지 않고 달려왔죠. 어쩌면 잠깐 여유를 가지라는 하늘의 뜻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플레이에서는 부상 이전과 지금은 비할 바가 아니다. 스피드가 떨어졌고, 세밀한 동작에서 반응이 느려졌다. 반사 신경의 차이다. 그래도 서두를 생각은 없다. 1년이나 기다렸는데, 몸이 완전히 올라올 때를 못 기다릴 이유가 없다.

“제 몸을 정말 사랑하게 됐어요. 몸이라는 게 정말 여자친구 같아요. 덜 사랑해주면 쉽게 떠나버리는 그런. 똑같은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고 보강운동을 엄청나게 하고 있어요. 평생 이렇게 운동한 적 있나 싶네요.”

서귀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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