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왼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리혁철 동점골·박현일 결승헤딩골
약체 평가 뒤집고 첫승…돌풍 예고
북한남자축구대표팀이 일본에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첫 경기부터 이변을 연출했다.
북한은 2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동아시안컵 일본과의 1차전에서 후반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2-1로 승리했다. 0-1로 뒤진 후반 33분 리혁철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44분 박현일이 헤딩골을 터뜨리면서 드라마같은 역전승의 기쁨을 누렸다. 후반 교체 투입된 박현일은 리혁철의 첫 골을 도운 데에 이어 결승골까지 터뜨리면서 1골·1도움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당초 북한은 이번 동아시안컵에 참가한 4개국(한국·북한·일본·중국) 중 최약체로 분류됐다. 북한 김창복 감독은 지난달 31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우리도 우승하러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이에 위협을 느끼는 팀은 없었다.
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은 일본에 끌려 다녔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일본의 기습공격에 수비가 뚫렸고 무토 유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이후에도 북한은 줄곧 일본에게 주도권을 내준 채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후반 들어 북한은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일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홍금성의 위협적인 슈팅이 나오는 등 차츰 상대의 수비벽을 허물기 시작했고 리혁철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완벽하게 자신감을 되찾았다. 주도권을 가져온 북한은 후반 44분 강국철의 크로스를 박현일이 골문 앞에서 헤딩 골로 연결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김창복 감독은 “(전반을 마친 뒤) 0-1로 지고 있다고 낙심하지 말라. 우리 템포대로 경기하면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진심을 선수들에게 전했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날 승리로 김 감독은 31일 기자회견에서의 자신감이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경기력으로 직접 증명했다. 북한은 1일 여자에 이어 2일 남자까지 나란히 일본을 제물 삼아 첫 승리를 따내면서 이번 대회 돌풍을 예고했다. 북한 남자대표팀은 5일 개최국 중국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한편 일본의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난 3월 부임 이후 첫 패배를 당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