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재학. 스포츠동아DB
이재학은 4일 잠실 LG전에서 6이닝 1실점하며 시즌 5승(4패)을 올렸다. 결과만큼 내용도 좋았다. 6월 9일 이후 무려 두 달 만에 6이닝을 소화했고,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 타자들을 잡아냈다. 물론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투 피치’의 한계에 대해 지적한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재학이 2개의 구종만으로 타자들을 상대해서 이겨냈다는 것은 직구가 예전의 위력을 되찾았다는 말이 된다. 그도 “직구에 힘이 붙었다. 그래서 체인지업이 잘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붙었다. 전반기만 해도 그는 늘 풀이 죽어있었다. 개막 후 시즌 첫 승을 올리기까지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첫 승이었던 5월 3일 수원 kt전은 구원등판이었다. 선발 첫 승은 6월 9일 문학 SK전이었다. 2년 연속(2013~2014년) 10승을 올리며 토종 에이스로 승승장구했던 그에게 닥친 시련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재학은 많은 투수들이 그렇듯 예민한 편이다. 등판 전날 잠을 잘 못 이룰 정도로 생각이 많다. 경기가 생각대로 안 풀리다보니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그는 “바깥쪽이면 바깥쪽, 몸쪽 공이면 몸쪽 공을 던지면 되는데 공을 던질 때 ‘볼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며 “생각이 너무 많다보니까 내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기로 결정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공을 던질 때만큼은 아무런 생각 없이 1구, 1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노력했다. 마인드 컨트롤이 후반기부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는 4일 LG전 1회 무사 1·2루의 위기 때도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얘기다. 이재학은 “주변 분들이 힘을 많이 주셔서 가능했다”며 “후반기 2게임에서 2승을 했으니까 욕심을 부리기보다 지금처럼만 꾸준히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긴 이닝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마음에 든 투구를 한 이재학의 볼에 발그스레한 ‘딸기꽃’이 피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