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나성범 “아기 생기니 더 커진 책임감, 내가 힘들어야 가족이 행복”

입력 2015-09-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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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나성범은 지난해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 부족하다. 갈 길이 멀다”는 말을 반복하며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NC 나성범은 지난해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 부족하다. 갈 길이 멀다”는 말을 반복하며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NC 나성범


아직 부족하다 입버릇? 만족하면 그대로 끝
테임즈와 경쟁하다보니 타점이 저절로 상승
언제나 팀이 우선, 개인성적은 그 뒤에 생각
추신수 선배처럼…더 큰 무대에서 뛰고싶다


NC 나성범(26)은 ‘나스타’로 불린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 그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다. 나성범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지 불과 4년 만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NC의 창단 첫 외야수 골든글러브, 국가대표,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의 사나이가 됐고, 올해는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호타준족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7일까지 개인 최고인 103타점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몇 번이고 “아직 부족하다.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지나친 겸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부족하다”는 그의 말에는 의미가 있다. 자신이 꾸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자만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더 야구를 잘하고 싶은 나성범을 마산구장에서 만났다.


-지난해에는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고, 올해는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잖아요. 해마다 새로운 타격기록을 세우고 있어요.

“그래도 아직 부족합니다. 2013시즌에는 손바닥 수술을 하면서 늦게(5월) 팀에 합류했잖아요. 그때 제가 전력을 다해 뛰지 못했기 때문에 100%로 야구를 한 건 작년부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대로 야구를 한 건 이제 2년째니까 아무리 기록이 잘 나오고, 성적이 잘 나와도 부족합니다.”


-‘부족하다’, ‘아직 멀었다’는 입버릇 같네요.


“진짜 아직 멀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아직’이라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요. 야구선수는 만족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만족하다 보면 ‘다 했구나’ 싶어서 게을러지게 될 것 같고요. 특히 저는 야구를 한 시간보다 해야 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만족’이라는 단어 자체를 생각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타자도 늦게 시작했고, 경험도 부족하고…. 아직 멀었습니다.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올 시즌 초반에 조금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가요.

“지난해에는 정말 박수도 많이 받고, 축하도 많이 받았거든요. 야구를 하면서 그렇게 주목 받은 적이 없었어요. 골든글러브도 받았고, 타자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타율 3할-30홈런-100타점도 달성하고, 태극마크도 달아보고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조금 들뜬 게 있었나 봐요. 나름대로 지난 시즌을 마무리 잘하고, 올 시즌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즌에 들어가 보니 지난해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당연한 것 같아요. 저도 상대팀을 분석했지만, 상대팀이 저를 많이 분석했을 테니까요. 주위의 기대치가 너무 높으니까, 힘도 많이 들어갔고요. 시즌 초반에는 심적으로 조금 힘들었어요.”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확 달라진 모습이에요. 타석에 서있는 태도부터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던데요.

“원래 타석에서 혼잣말 하고 그런 게 있었어요. 실투를 노리고 있었는데,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을 하면 아까워서 제스처가 커지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에서 ‘파울을 치면 아쉬워하지 말고 다음 공을 치면 된다’고 했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여유로워지더라고요. 선배들한테 ‘중심타자는 이래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야구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세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씩 변화를 주다 보니 야구도 잘 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이 비해 포커페이스가 된 것 같아요.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좋지만, ‘조용하지만 강한 선수’가 좋은 것 같아요. 시즌 초반에는 ‘작년보다 약해졌네’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몇 달 지나니까 ‘분명 못한 것 같은데, 얘 언제 이렇게 올라왔지?’라는 평가를 받게 되더라고요. 조용히, 하지만 강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영양가 측면에서 보면 올해 성적이 결코 나쁜 건 아니에요(나성범은 7일까지 결승타 18개로 1위, 타점 5위에 올라있다).

“지난해보다 삼진수도 줄었어요. 그런데 다들 이상하게 지난해보다 좋지 않다고 보시더라고요. 저도 왜 그럴까 궁금해서 기록을 살펴보니까, 지난해에 비해 출루율(7일 0.372)이 많이 떨어졌어요. 잘 치는 선수들을 보면 출루율, 장타율이 좋잖아요. 큰 무대를 가기 위해선 OPS(출루율+장타율)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더 노력해야죠.”


-타점은 지난해 성적을 능가했는데요.

“솔직히 언제 이렇게 타점을 올렸나 싶어요. 시즌 초반만 해도 ‘지난해 101타점을 했는데 올해는 언제 하나’ 걱정이 많았거든요. 경기를 치르다 보면 나올 기록이었는데, 미리 걱정이 앞섰던 것 같아요.”


-타점 욕심이 많죠.


“많죠. 제 앞에 (테이블세터가 출루해) 주자가 만들어지고 전 늘 쳐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저희 팀에는 (타점제조기) 테임즈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테임즈와 선의의 경쟁을 했어요. ‘내가 저 선수보다는 많이 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치면 도망가고 치면 도망가더라고요(웃음).”


-큰 무대 얘기가 이왕 나왔으니, 늘 ‘더 큰 걸 보고 있다’는 게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가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가 추신수 선배(33·텍사스)예요. TV에서 보면 정말 멋있어요. 메이저리그는 대단한 선수들만 모이는 곳인데, 마이너리그부터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가신 거잖아요. 좋은 기록도 많이 올렸고요. 전 선배가 타율 1할을 기록하든, 홈런을 치든 못 치든 상관없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최고의 선수예요. 추신수 선배와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제 목표도 커졌어요. 한국프로야구에서 열심히 해서 (미국무대로)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보이는 성적보다 상황별 대처력을 중요하게 본다’고 하더라고요. 야구를 알고 하는지, 아닌지를 본다고요.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주자가 3루인데 상대 투수의 볼이 정말 좋아요. 저는 풀카운트로 몰렸는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1점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죠.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그 상황에선 무조건 안타나 홈런을 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최소한 외야플라이, 정말 안 됐을 때는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땅볼이라도 치자는 생각을 해요. 그러다 보니 결과가 좋더라고요.”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깨달은 거네요.

“지금은 개인성적보다는 팀만 생각하고 있어요. 팀이 잘 돼야 저도 좋은 거잖아요. 주장인 (이)종욱이 형도 항상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하세요. ‘홈런 치고 4타수 4안타 치면 좋겠지만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희생번트, 진루타를 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라’고요.”


-확실히 지난해보다 멘탈 측면에서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아기가 생기다 보니까 작년보다 더 책임감이 강해졌어요. ‘내가 힘들어야만 가족이 행복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생각하면 아파도 참아지고, 아무리 힘들어도 한 발이라도 더 뛰게 되는 것 같아요(나성범은 지난해 세 살 연하의 아내와 혼인신고를 마쳤고, 어여쁜 아들까지 얻었다. 올 12월에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이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정해놓은 목표가 있나요.

“하루, 하루 그날 경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순위경쟁이 끝난 게 아니잖아요. 우리 팀 순위가 2위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1위도 될 수 있고 더 밀려날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오늘 경기에 집중할 겁니다. 개인성적은 그 뒤에 생각하겠습니다.”


● 나성범은?


▲생년월일=1989년 10월 3일

▲출신교=대성초∼진흥중∼진흥고∼연세대

▲키·몸무게=183cm·100kg (좌투좌타)

▲프로 입단=2012년 NC(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0번)

▲2015년 연봉=2억2000만원

▲2015년 성적=122경기 475타수 154안타(타율 0.324) 22홈런 103타점 92득점 22도루

▲국제대회 출전 경력=2014인천아시안게임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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