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정원 구단주 “김현수요? 잡으라고 당부했습니다”

입력 2015-11-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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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정원 구단주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한 뒤 ‘사상 최초 7년 연속 홈 관중 100만 명 돌파’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두산은 올 시즌 우승과 함께 10개 구단 중 최다 관중(112만381명)을 기록했다. 박 구단주는 구단 운영의 지향점에 대해 “팬들이 가장 많은 구단, 선수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구단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은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다. 조만간 KBO로부터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도 받을 예정이다. 스포츠동아DB

■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박정원 구단주를 만나다


구단주 맡고 첫 우승…팬 없다면 구단 존재 무의미
베어스파크 개장·장원준 영입 등 공격적 투자 성과
“가장 팬 많은, 선수들 오고 싶어하는 구단이 목표”


시월의 마지막 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훌쩍 넘긴 회장님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009년 두산 베어스 구단주를 맡은 뒤 처음 경험하는 한국시리즈 우승. 건장한 선수들에게 이끌려 잠실구장 그라운드로 나간 회장님은 기분 좋게 선수들의 손에 몸을 맡겼다. 평소 두산 선수단에 “난 몸무게가 가벼워 언제든 헹가래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농담을 자주 건네곤 한 그는 꽃가루가 날리는 잠실 하늘 위로 몸이 솟구치자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박정원(53) 두산 베어스 구단주 겸 ㈜두산 지주부문 회장의 야구사랑은 각별하다. 프로야구 구단주 중에서 야구장을 가장 많이 찾는 인물로 통한다. 과거와 달리 두산은 그가 구단주가 된 뒤 공격적이면서도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이천에 최신식 2군 훈련장인 베어스파크를 새롭게 연 것도, 지난해 말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 투수인 장원준을 영입한 것도 박 구단주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결과다.

박 구단주는 언론사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동안 방송사와 신문사를 통틀어 언론사와 대면 인터뷰를 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랬던 그가 6일 두산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33층 회장 접견실에서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박 구단주는 “사실 언론사와 처음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고 소개한 뒤 “구단주가 된 뒤 첫 우승이라 그런지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팬들이 가장 많은 구단, 선수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구단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구단 운영의 청사진을 밝혔다.

두산 박정원 구단주. 스포츠동아DB



-두산 구단주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을 텐데요.

“감격적이었죠.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두산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잖아요. 준플레이오프 때도 넥센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거라고 보고, 플레이오프 때도 NC가 이길 거라고 예상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가서 우승을 하니까 더 감격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우승을 기대하셨어요? 한국시리즈 올라갔을 때 어땠습니까?

“반 정도?(웃음)”


-언제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넥센에 2-9로 뒤지다 11-9로 역전승할 때부터 느낌이 좋았습니다.”


-우승 후 지면광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팬 여러분의 한결 같은 사랑에도 14년이나 아쉬움을 안겨드렸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감사 대신 사과부터 하셨습니다. 두산 팬들은 ‘우승해서 감동하고, 광고 보고 또 한번 감동했다’고 합니다.

“팬들의 마음을 잘 담고 싶었습니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구단주로서 우승 많이 기다리셨죠?

“저도 그렇죠. 14년이나 됐으니까.”


-두산은 OB 시절을 포함해 올해까지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우승이 가장 감격적이었나요?

“다 의미가 있죠. 그래도 이번 우승이 가장 감격적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1982년 첫 우승은 대학교 2학년 때였으니까 어렸을 때고, 1995년과 2001년 우승할 때는 눈물까지는 안 났어요. 그런데 이번엔 눈물이 났습니다. 2009년부터 제가 구단주를 맡았는데, 구단주가 되고 나서 첫 우승이라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헹가래를 받으셨죠?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땠습니까?

“헹가래 받는 건 처음입니다. 하늘로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뜨끔하던데요.(웃음) 스프링캠프 때 선수단 격려를 가면 제가 그런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내가 가벼우니까 헹가래 받을 준비는 언제든지 돼 있다’고. 감독한테는 압력 아닌 압력이 됐을지 모릅니다만.(웃음)”


-야구를 매우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시리즈뿐 아니라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프리미어 12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과 쿠바의 평가전도 직접 관전하셨는데요.


“우리 팀에서 8명이나 나갔기 때문에 가봤습니다. 혹시나 부상 당할까봐 걱정되더라고요.(웃음)”


-언제부터 야구를 좋아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습니다. 과거 고교야구 전성기에 고교야구를 많이 봤어요. 대학교 때는 야구 동아리를 만들어서 실제로 2년 동안 선수로 활동도 했었죠.”


-야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과학적인 스포츠인 것 같습니다. 통계 등을 활용해 분석도 하고, 작전도 내고….”


-야구장을 자주 방문하시는 구단주로 유명합니다.


“시간 날 때 자주 가지만, 야구장에 가지 않더라도 어디서나 우리 팀 경기는 챙겨 봅니다. 경기를 직접 못 볼 때는 재방송을 보죠. 진 경기는 잘 안 보고, 이긴 경기 위주로.(웃음)”


-두산 야구는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점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처럼 2-9로 뒤지다 11-9로 역전하는, 그런 야구가 두산다운 야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두산은 그동안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습니다. 은퇴한 선수 중에 구단주께서 가장 좋아한 선수나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구입니까?

“아시다시피 많죠. 박철순부터 시작해서 김우열, 윤동균, 양세종, 김광수, 김경문 선수 등등 원년부터 우리 팀 선수 다 기억에 남죠.”


-구단주가 아닌, 팬으로서 현역 두산 선수 중에는 어떤 선수를 가장 좋아하나요?

“이런 얘기하면 안 되는데.(웃음) 반대로 말씀드리자면, 밖에선 우리 오재원 선수를 가장 얄밉고 밉상인 선수라고 하잖아요. 제 눈엔 그렇게 안 보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습니까.”


-야구는 현장의 감독과 선수들이 하는 것이지만, 구단주와 프런트는 야구단의 미래 지형까지 그려나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구단주로서 두산 베어스의 지향점을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프로야구는 팬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성적이 잘 나와도 팬이 없다면 구단 자체가 존재의 의미가 없습니다. 팬들이 가장 많은 구단, 선수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구단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평소 야구단에 특별히 당부하는 말씀이 있으신가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 팬들이 감동할 수 있는 야구를 해달라고, 구단이나 선수들에게 당부를 하고 있습니다.”


-두산 팬들도 뚝심이 강하고, 뚝배기처럼 한결 같이 두산을 사랑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두산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보기에도 다른 구단보다 저희 구단에 열혈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14년 동안 묵묵히 기다려오신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두산은 과거 다른 구단에 비해 투자에 인색한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FA 시장에서 장원준 선수를 거액을 주고 영입하는 공격적 행보로 야구 관계자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장원준 영입은 그룹 차원에서 프로야구단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신호탄이었는지, 아니면 팀에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사실 투자에 좀 인색한 측면도 있었는데, 제가 구단주가 되고 나서는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과감하면서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올 겨울 두산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있는데요.

“김현수요?(웃음)”


-과연 FA 자격을 얻은 간판스타 김현수를 잡을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궁금해합니다.

“(옆에 앉아있던 두산 베어스 김승영 사장을 바라보며) 제가 단단히 당부했습니다. 잡으라고.(웃음)”

두산 박정원 구단주. 스포츠동아DB



● 두산 박정원 구단주는?


▲출생=1962년 3월 9일(서울)

▲학력=대일고∼고려대 경영학과∼보스턴대 MBA

▲경력=두산산업㈜ 입사(1985년 2월), 오비맥주㈜ 상무(1997년 1월∼1998년 8월), ㈜두산 관리본부 상무(1998년 9월∼1999년 1월), ㈜두산관리본부 전무(1999년 2월∼1999년 11월), ㈜두산상사BG 대표이사(1999년 12월∼2005년 7월),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부회장(2007년 3월∼2009년 3월), ㈜두산 부회장(2007년 12월∼2012년 5월),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 및 ㈜두산베어스 구단주(2009년 3월∼현재), ㈜두산 지주부문 회장(2012년 3월∼현재)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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