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야만 팀이 변한다”…황선홍 아름다운 작별 인사

입력 2015-12-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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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이 29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FC서울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환송식에서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황 감독은 포항과 5년간의 인연을 청산하고 이별을 택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서 5년간 99승…선수들 박수받으며 은퇴

2015년 11월 29일. 황새가 힘찬 날갯짓을 멈췄다. 마침표가 아닌 잠깐의 쉼표, 영원한 작별이 아닌 ‘소 롱(So Long)’을 외친 그가 남긴 족적은 깊고 강렬했다. 부산 아이파크(2008∼2010년)와 포항 스틸러스(2011∼2015년) 등 K리그 클래식 2개 구단의 지휘봉을 잡고 132승(78무93패)을 거뒀다. 이 중 포항에서만 99승(49무47패)을 올렸고, 3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정규리그 1회(2013년), FA컵 2회(2012·2013년)다. 포항은 1993년부터 6년간 그가 현역 유니폼을 입은 친정이라 의미는 더 각별했다.

물론 마냥 환경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허리띠를 동여맨 모기업(포스코)의 지원은 충분치 않았다. 그러나 묵묵히 걸음을 이어갔다. 특히 단 1명의 외국인선수 없이도 ‘2관왕(정규리그·FA컵)’을 달성한 2013시즌은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우승 타이틀이란 역사만을 추가한 것은 아니다. 문화도 꽃피웠다. “선수보다 위대한 팀”이 무엇인지를 먼저 일깨웠다.

그가 경기 당일 경기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있었다. 선수단 라커룸 화이트보드에 한 문장을 적는 일이다. ‘우리는 포항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이 문장의 울림은 상당했다. 제자들은 이 글귀를 보면 “그냥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또 “당분간 이 글귀를 볼 수 없어 가슴이 아린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벤치의 전략과 전술도 중요하지만, 이를 능가하는 무언가도 존재한다고 믿었던 그다. 지난 5년, 포항의 처음과 끝은 팀이었다. 선수들은 모두를 위해 헌신했다. 예기치 못한 전력 이탈도 종종 있었지만, 이마저 극복할 힘을 특유의 뚝심과 철학으로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드라마틱한 골로 승리하는 것은 물론, 비기고 질 때조차 충분히 매력적인 축구를 했다.

그리고 당당히 떠날 때를 찾았다. 폴란드와의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직전, 태극마크 반납을 선언했던 그는 13년이 흐른 이번에도 적기를 찾았다. 당분간 ‘채움’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있었지만, 이번의 이별은 그가 사랑하는 친정에 해줄 최선의 선물이었다. “내가 떠나야 팀에 진정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황선홍(47) 감독은 그렇게 모두의 갈채를 받으며 물러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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