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감독 “최정 넘으면 주전 3루…이름값 떼고 내부경쟁”

입력 2016-01-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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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용희 감독이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실패로 끝난 2015시즌을 반성하고, 2016시즌 재도약을 꿈꾸며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프로야구 감독들의 새해구상

1. SK 김용희 감독

“목표는 4강…고액연봉자 제몫해야
팀의 방향성 위해 시스템야구 중요
풀타임 정의윤 홈런 30개 이상 기대”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SK 김용희 감독은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스포츠동아와 만나 재도약을 꿈꾸는 SK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역할’과 ‘경쟁’, SK의 모든 구성원은 완전히 새로운 자세로 2016시즌에 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했다. 기대이하였던 성적에 대해 ‘감독 잘못’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올 시즌 변화의 키워드를 찾은 모습이었다. 선수와 코치, 감독 모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름값을 버리고 ‘제로베이스’에서 치열한 ‘내부경쟁’을 선언했다.


● 반성과 시스템 야구


-먼저 작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우승 후보라는 평가에서 5강에 턱걸이하는 데 그쳤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나고 직접 ‘감독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말을 했다.


“감독의 잘못이다. 결과에 대한 건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중간 과정이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그 역시 감독이 철저히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 운영 등 여러 부분이 잘못됐다고 판단이 들어서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리드했을 때 추가점을 낸다거나, 다시 리드를 잡고 지키는 부분 등 지난해 우리의 문제점이 다 드러난 경기였다. 힘이 부족했던 부분들이 경기에 그대로 드러났다.”


-김용희 감독 하면 시스템 야구가 떠오른다. 그러나 여전히 시스템 야구의 실체에 대해 모르는 이들도 많다.


“시스템이란 건 하루아침에 될 수 없다. 내가 이 팀에서 떠났을 때, 시스템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자기 야구를 넣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또 다음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SK 야구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감독이 바뀌면 야구가 바뀐다. 그 팀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중요하다. 사람이 바뀌더라도 근본적인 건 두고 조금씩 변화를 주면 좀더 효율적이고 혼란이 없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팀마다 시스템이 있다. 적어도 방향성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실패에서 나타나듯 시스템 야구가 단기적 성과를 내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있다.

“결과가 나쁘면 과정이 아무리 좋았다 하더라도 과정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 우리가 준비가 부족했던 부분, 훈련이나 접근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일단 팀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는 팀워크를 가장 중요시하는 단체운동이다. 감독과 코치, 선수 모두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중요하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내 역할이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선수도 다쳤을 때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 역할과 경쟁



-유독 각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듯한데.

“모두가 역할이 있다. 고참은 고참, 신인은 신인. 또 타석이나 수비, 투구까지. 각자 자신의 역할을 잘하면 팀이 산다. 하물며 번트 수비 하나도 전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야만 성공한다. 올해는 역할의 중요성을 선수들이 인지했으면 좋겠다.”



“SK 선발은 김광현·용병2명·박종훈…한자리는 경쟁”



-마무리훈련의 강도가 높아지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내부경쟁이 화두로 떠오른 듯하다. 지난해 주전과 백업 선수들 사이의 격차가 컸다.


“선수들도 긴장해야 한다. 지난해와 다른 건 올해는 철저하게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3루에 최정을 넘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실력이 좋은 사람이 나갈 것이다. 고참과 신인급 구분 없이 좋은 선수를 쓰겠다. 사실 작년엔 그래도 경험이 많고, 해본 선수들이 잘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비슷하면 고참을 쓸 때도 많았다. 경험이 많고 우승한 노하우는 크다고 보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판단착오일 수 있다.”


-지난해 거액을 쓴 FA(프리에이전트) 듀오 최정과 김강민의 부진이 뼈아팠다. 김강민에게 주장을 맡기는 등 메시지가 확실한 것 같다.


“팀의 주전이라면 70∼80%는 기본적으로 출전해야 한다. 적어도 고액연봉자들은 80% 이상 뛰어야 한다. 정말 팀에 가치 있는 선수는 90% 이상 나간다. 누워있는 거인보다 움직이는 난장이가 낫다. 야구에선 덕아웃에 앉아있는 좋은 선수보다 나가서 뛰는 선수가 낫다. 김강민은 지난해 경기에 많이 못 뛰었으니 팀에 대한 책임감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장을 할 나이도 됐다. 김강민과 최정 모두 첫 해는 부상이 있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FA 2년차까지 그러면 어떤 평가를 받겠나. 자기 몸 상태만 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지난해 성적에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몸 관리 잘해서 한 시즌을 뛰는 선수가 되라고 말해줬다.”


● 전력유출, 그리고 희망

-FA 시장부터 SK에 큰 폭의 변화가 감지됐다. 취임 당시와는 달리 구단은 합리적 지출을 지향하고 있다.


“올해 많이 바뀐 건 사실이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있는 선수들로 만들어 써야 한다. 경기에 뛰는 선수 외에 육성이라는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위가 마르면 밑에서 올라와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다. 올해는 백척간두다. 누구든 낭떠러지에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당장 정우람과 윤길현의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하나. 마무리 역할을 누구한테 맡길 지가 가장 큰 고민일 것 같다. 선발 쪽은 어떤가.


“마무리투수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박희수가 과거처럼 던진다고 하면 마무리를 해야한다. 문제는 몸 상태와 기량이다. 정영일 역시 상무에서 좋은 역할을 했지만 상대는 2군 선수들이었다. 1군에서 통할지 체크해야 한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누구라고 못 박을 건 아니다. 선발은 김광현에 외국인선수 2명, 4번째로 박종훈 정도가 있다. 나머지 한 자리는 경쟁이다. 윤희상은 어깨 상태가 확실하게 됐을 때 쓸 것이다.”


-그래도 정의윤처럼 SK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도 있다. 얼마나 해줄 것이라고 보나.


“분명히 풀타임을 뛰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 몸담고 난 뒤 정말 좋은 성적을 냈다. 본인에겐 작년보다 올해가 중요하다. 만약 작년에 부진했다 하더라도 올해 다시 하면 되지만, 작년에 그만큼 했으니 이젠 올해 잘해줘야 롱런할 선수가 된다. 개인적으론 정의윤의 능력과 기대치를 판단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 홈런 30개 이상 칠 수 있다.”


-정의윤이 이적 후 심리적으로 상당히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코칭스태프에게 고맙다는 말도 많이 했는데.


“트레이드라는 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내심 선수의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 (정)의윤이의 능력을 아니까 기회를 잡으면 할 수 있다고 봤기에 믿었다.”


● ‘감독 김용희’의 야구, 목표는 4강!

-팀 도루 9위(94개)에 그쳤다. 뛰는 야구가 되지 않은 것 같다.


“뛰는 야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다. 난 투수력에 이어 수비력, 그 다음으로 기동력을 중요하다고 본다. 올해는 선수단 구성이 빠른 선수들보다는 중장거리 타자들이 많아졌다. 도루 숫자만 갖고 베이스러닝을 평가할 순 없다. 다른 쪽으로 뛰는 야구를 하도록 하겠다.”


-반면 희생번트는 2위(110개)였다. 추구하는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은데.


“궁색한 변명일 수 있지만, 타격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사이클이 있는데, 우린 너무 떨어진 상태로 쭉 갔다. 뛰는 야구도 안돼 점수 내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번트를 너무 많이 대는 게 낯설었다. 예전 감독할 때 했던 야구도 아닌데 그렇게 됐다. 좋은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올해 기대하고 있는 선수가 있나. 새 얼굴도 궁금하다.

“기대하는 부분은 정의윤이 계속해서 잘해줬으면 좋겠다. 최정도 부상 없이 뛰어주길 바란다. 신인급 선수 중에선 외야수 이진석이 재밌는 선수다. 경기에서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빠르고, 수비도 된다. 공격력도 갖추고 있다. 자기가 가진 잠재력을 얼마나 빨리 어떻게 터트리느냐가 관건이다. 마운드에선 정영일이 공 자체가 무겁고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본다.”


-전력 유출이 있어도 여전히 SK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목표가 궁금하다.

“그 전제는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들이 자기 기량의 90%는 해줘야 성립한다. 과거처럼 한다면 당연히 강할 수밖에 없다. 선수는 있어도 몸 상태나 기량은 모르는 것이다. 지난해 어려웠지만 일단 4강 안에 드는 게 목표다.”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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