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영국 런던 시내에서 스포츠동아 창간 8주년 기념 인터뷰에 응했다. 말끔한 차림의 박지성은 축구스타가 아닌 평범한 남편, 그리고 아버지의 삶에 푹 빠져 있다. 런던|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아내와 장도 보고 유모차도 끌어…남편·아빠로 평범한 삶에 만족
“저요? 그냥 평범하게, 아주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한 시절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였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이라면 모두가 그를 롤 모델로 삼았고, 그와 닮은(또는 조금이라도 따라가는) 인생을 걷기를 희망했다.
이제 상당한 부와 엄청난 영예가 따르던 ‘최고의 선수’ 타이틀을 훌훌 벗어 던졌다. 어쩌면 가장 자유롭고 싶었던 그를 가장 자유롭지 못하게 옭아맨 굴레였을 터. 2014년 5월 초록 그라운드를 떠난 박지성(35)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자연인’, 그리고 ‘일반인’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오직 실력으로 잉글랜드는 물론 전 유럽을 뜨겁게 수놓았던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과도한 관심을 갖는 극성 파파라치를 제외하고는 철저히 사생활을 존중하는 유럽의 한 도시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과 섞여 축구 행정가라는 제2의 인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런던 백수’ 박지성을 만난 것은 이달 초였다. 메이저 국제테니스대회 개최도시로 잘 알려진 런던 남서부 윔블던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동아와 마주한 그는 “한 여성(김민지 전 아나운서)의 남편, 예쁜 딸(연우)의 아빠로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 그저 조용히 다음 할 일을 준비하고 있는 정도”라며 환하게 웃었다.
물론 박지성을 누구도 ‘백수’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의 현역인생을 가장 화려하게 밝혀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JS파운데이션) 이사장으로서의 활동 역시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선수’ 만큼 익숙한 호칭은 아니다. 그 자신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모두가 갑자기 붙은 호칭이다. 언젠가 한 가지가 익숙해질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지성이 남긴 말 가운데 지금도 회자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마디가 있다. “축구를 잘하고 싶었지만 유명해지고 싶진 않았다. 물론 축구를 잘하면 유명해지고, 당연히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부담스러운 주변의 시선을 피할 곳은 오직 훈련장과 집이 전부였다. 정말 축구에만 전념했다. 지극히 단조로웠던 삶은 박지성에게 성공을 보장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조금은 빨라 보였던 은퇴 선언. 정말 혼란은 없었을까. 그의 대답은 분명했다. 노(NO). 복잡한 노선의 튜브(영국 지하철)를 타고, 영국의 명물인 빨간색 2층 버스에 오르는 박지성의 모습은 평범함 그 자체다.
더욱이 우리가 생각하는 백수가 아니다. 오히려 24시간이 모자란 백수다. 당연히 평범한 남자의 인생에서 출발한다. “백수생활이 좀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는데, 솔직히 그리 지루할 틈은 없다”던 박지성은 “은퇴한 뒤 결혼생활을 하게 돼 은퇴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빨리 잊게 됐다. 육아에도 충실하려 한다. 스스로 판단할 문제는 아닌데, 다행히 아내는 좋은 가장이라고 종종 말한다. 유모차도 끌고, 장도 보고, 뒤치다꺼리를 하다보면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 딸과 노는 일이 꽤 정신 없던데 다행히 아기가 깨어있는 시간이 아직은 길지 않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런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