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못 찾고 실험 실패…‘삼대영 선생’ 벤투. 잃어버린 신뢰가 더 아프다

입력 2022-07-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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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가 또 한번 ‘참사’를 반복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7일 일본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3차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져 준우승(2승1패·승점 6)에 그쳤다. 홍콩, 중국을 잇달아 3-0으로 완파해 일본과 비기기만 해도 대회 4연패,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으나 빈손에 그쳤다.


총체적 난국이다. 11월 개막할 2022카타르월드컵으로 인해 앞당겨진 리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친 K리그 선수들은 피로누적과 무력증을 재확인했다. 벤투 감독은 김민재(나폴리)와 김영권(울산 현대)이 빠진 수비라인의 대안 마련과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입단을 앞둔 황인범이 없는 3선 미드필더 확인, 공격 2선 점검에 초점을 맞췄으나 모두 실패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중앙수비수 권경원(감바 오사카)의 중원 배치마저 성공하지 못했다.


동시에 라이벌전에서 1년 새 2차례나 완패하면서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자신감마저 뚝 떨어지는 몹시 불편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 지난해 3월 요코하마 원정 친선경기에서도 0-3으로 무너졌다. 역대 한·일전에서 연패한 적은 있었어도 월드컵 본선 감독들 중 1골도 넣지 못한 채 내리 0-3 패배를 당한 이는 벤투 감독이 처음이다. 과거 2002한·일월드컵을 준비할 당시 프랑스, 체코에 잇달아 0-5로 무너지며 ‘오대영’으로 불린 거스 히딩크 전 감독(네덜란드) 이상의 충격이다.


E-1 챔피언십 엔트리에 든 몇몇 선수들에 대한 의문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기본 자질이 부족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줄곧 팀 컬러와 그에 대한 이해도를 강조했는데, 일부 선수들에게는 호랑이 엠블럼을 가슴에 품을 만한 ‘괜찮은’ 기량을 갖췄는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추가로 고려할 만한 ‘보석’은 전무했다. 특정 선수를 뽑지 않은 것보다 특정 선수의 선발배경에 의구심이 남는 상황은 여러모로 비정상적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분노한 여론에 기름을 부은 이도 벤투 감독 자신이다. 한·일전 패배 후 “실수가 많았다. 이런 경기에서 실수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책임을 선수들에게 전가했다. 한·일전을 앞두고는 “대표팀을 평가할 때는 팀에 집중해야 하는데, 한국에선 선수 개인을 우선한다. 바꿔야 할 부분”이라며 엄중히(?) 꾸짖은 벤투 감독이기에 E-1 챔피언십에서 대표팀이 ‘팀’으로서 과연 무엇을 보여줬는지는 직접 설명했어야 했다.


더욱이 실수를 최소화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큰 경기에서 실수가 많은, 자격 미달의 선수들을 뽑은 지도자라면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는 게 옳다. 그러나 벤투 감독에게는 “내 탓이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은 무너진 멘탈 회복, 벤투 감독은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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