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자존심 다툰 ‘현대 트리오’처럼 공동 다승왕 오른 원태인-곽빈

입력 2024-10-01 15: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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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다승왕에 오른 삼성 원태인(왼쪽)과 두산 곽빈. 스포츠동아DB

공동 다승왕에 오른 삼성 원태인(왼쪽)과 두산 곽빈. 스포츠동아DB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뒤로 힘 있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KBO리그를 휩쓸고 있다. 그 영향으로 토종 투수의 위상은 점차 약해졌고, 토종 선발투수가 다승왕을 다투는 장면은 보기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2000년 ‘현대 유니콘스 트리오’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이 데니 해리거(LG 트윈스·17승)를 제치고 나란히 18승으로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것은 지금까지 각별하게 남아있다. 올 시즌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과 곽빈(25·두산 베어스)의 공동 다승왕 등극 또한 마찬가지다.

●선의의 경쟁 펼친 토종 에이스들

다승 부문은 201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투수가 차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다승왕에 오른 토종 투수는 2017년 20승을 거둔 양현종(KIA 타이거즈)뿐이다. 양현종 역시 팀 동료 헥터 노에시와 공동 다승왕이었지만, 당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올 시즌 나란히 15승을 챙긴 원태인과 곽빈이 양현종의 뒤를 이어 토종 다승왕에 오른 것이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원태인과 곽빈은 경쟁하는 모습부터 눈길을 끌었다. 원태인이 지난달 22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15승째를 거두자, 곽빈이 2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곽빈에게는 이날이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지만, 원태인에게는 9월 28일 대구 LG 트윈스전 등판 기회가 남은 상태였다. 이에 곽빈은 “(원)태인이가 (다승왕을) 차지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난 태인이보다 한 단계 아래”라며 “난 (투수친화적) 잠실구장을 쓰지만, 태인이는 (타자친화적) 라이온즈파크를 쓰지 않는가”라고 경쟁자를 예우했다. 삼성이 PO 직행을 이룬 만큼 원태인은 추가 등판 없이 시즌을 마쳤다.

●한국야구의 원투펀치로!

원태인과 곽빈은 KBO리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올 시즌 원태인은 28경기에서 15승6패, 평균자책점(ERA) 3.66을 기록했다. 곽빈은 30경기에서 15승9패, ERA 4.24를 마크했다. 다승 부문에선 디트릭 엔스(LG), 카일 하트(NC 다이노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키움·이상 13승) 등 리그 에이스급 외국인투수들을 모두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세부 기록도 외국인투수들을 웃돌거나 버금가는 수준이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끝으로 쇄신을 다짐한 한국야구가 내세울 수 있는 원투펀치로 발돋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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