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우규민.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KT 위즈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39)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다. 2003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19순위)에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어느덧 22년째다. LG(2003~2016년)에 이어 삼성 라이온즈(2017~2023년), KT까지 3팀을 거쳤다.
LG와 삼성에선 가을야구까지 기다림이 길었다. LG에선 2013년에야 처음 포스트시즌(PS)을 경험했다. 삼성에서도 2021년에야 가을 향기를 느꼈다. 우규민은 “드디어 꿈을 이룬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은 올해는 곧바로 PS 무대를 밟았다. 6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2차전에선 1.2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이강철 KT 감독도 “(우규민) 덕분에 불펜의 옵션이 늘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KT 이적은 우규민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만큼 의지가 강했다. 4월까지 8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1홀드, 평균자책점(ERA) 8.10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도 의욕이 넘쳤던 탓이다. 그러나 이후로는 꾸준히 안정감을 보이며 4승1패1세이브4홀드, ERA 2.49의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그 덕분에 개인통산 800경기 등판(804경기)의 금자탑도 세웠다.
우규민은 “처음에는 그저 무식하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도 있었다”며 “다행히 재정비 시간을 가지며 많이 내려놨다.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고 마음먹으니 구위도, 밸런스도 좋아졌다”고 돌아봤다.
2024년은 우규민이 야구인생을 ‘재부팅’한, 의미가 큰 시즌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는 “2024년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유익한 시즌이었다”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야구를 처음부터 배운 느낌이다. 어린 시절 늘 언급했던 ‘초심’이라는 말이 딱 맞다. 이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내가 나중에 은퇴하더라도 2024년은 정말 많은 공부를 했던 좋은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