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투트쿠(뒤)는 KOVO컵에서 보인 부진을 떨쳐내고 시즌 내내 펄펄 날고 있다. 특유의 높이를 앞세워 팀의 개막 11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스포츠동아DB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은 개막 11연승으로 선두에 올라있다. 4일 현재 승점 32로 2위 현대건설(9승3패·승점 27)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2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조금씩 씻어내고 있다.
호성적의 원동력은 새 얼굴들의 활약이다. 비시즌 동안 흥국생명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연경과 미들블로커(센터) 김수지를 제외한 나머지 주전을 갈아치웠다. 이 중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투트쿠(25·튀르키예)의 활약이 가장 돋보인다.
투트쿠는 올 시즌 203점, 공격 성공률 39.28%(이상 7위), 세트당 블로킹 0.795개(3위) 등 주요 공격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과거 특급 외인들보다 조금 부족해 보여도, 존재감과 높이만큼은 김연경의 파트너 공격수로서 손색이 없다.
전임자 옐레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윌로우(미국)보다 쓰임새가 확실한 게 장점이다. 투트쿠는 올 시즌 장신(191㎝)에서 비롯되는 높이로 김연경, 피치(뉴질랜드)와 함께 ‘흥국산성’을 이루고 있다. 흥국생명의 세트당 블로킹은 지난 시즌 2.136개(3위)에서 올 시즌 2.780개(1위)로 크게 늘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비시즌 경남 통영에서 펼쳐진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투트쿠는 3경기 12세트 동안 52점, 공격 성공률 30.77%에 그쳤다. 외국인 주포의 부진으로 흥국생명은 조별리그 1승2패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당시 투트쿠를 향해서는 ‘신장에 비해 타점이 낮다’는 혹평이 잇따랐지만, 시즌에 돌입하자 펄펄 날고 있다.
팀의 신뢰 또한 커졌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KOVO컵 당시 팀의 전반적 경기력이 저조했기 때문에 투트쿠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대회 이후 팀과 투트쿠 모두 약점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 투트쿠는 “동료들과 호흡이 맞아떨어지면서 후위공격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 수비가 약하다는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블로킹만큼 디그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며 “V리그에선 외국인 주포의 역할이 몹시 크다. 매 경기 많은 득점과 블로킹을 기록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