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K리그를 뒤흔든 양민혁은 2025년 토트넘에서 도전을 이어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겨루는 EPL에서 그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하다. 사진출처|토트넘 SNS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세계 최고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양민혁(19·토트넘)은 희망찬 미래를 그린다.
양민혁은 지난해 K리그를 뒤흔든 최고의 샛별이었다. 강릉제일고에 재학 중이던 2023년 12월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체결한 뒤 이듬해 데뷔하자마자, K리그1 38경기에 모두 출전해 12골·6도움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K리그 최연소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작성했고, 연말 시상식의 K리그1 영플레이어상도 이변 없이 그의 몫이었다. 강원도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토트넘이 손짓했다. 토트넘은 양민혁을 오랫동안 관찰했고,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지난해 7월 전격적으로 계약을 마쳤다. 강원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마친 뒤인 지난달 16일 영국으로 출국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앞둔 양민혁에게 축구계의 이목이 쏠린다. 앞서 이영표, 손흥민이 발자국을 남긴 토트넘은 이미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팀인 데다, 구단의 전설 손흥민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기에 그의 직속 후배 양민혁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양민혁에게 EPL은 ‘꿈의 무대’다. 스스로도 아직 얼떨떨하다. 출국을 앞두고 그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서기 전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다”며 “최대한 빨리 그 자리에 익숙해지고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뛰고 싶은 포지션에 대해선 “강원에서 뛰었던 오른쪽 공격수”라고 답했다. 양민혁은 “그 위치에서 최대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려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올 시즌 EPL 19경기에서 7골·2도움을 기록 중인 브레넌 존슨(웨일스)이 주전을 꿰차고 있어 경쟁이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지레 겁부터 먹진 않았다.
양민혁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토트넘 경기를 챙겨봤다”며 같이 뛰고 싶은 동료로는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잉글랜드)을 꼽았다. “매디슨의 좋은 패스들을 받고 싶다. 같이 호흡을 맞추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설레는 심정을 드러냈다.
토트넘이 빡빡한 일정을 치르는 가운데, 양민혁은 데뷔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7승3무9패, 승점 24로 리그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토트넘은 4일 뉴캐슬과 리그 20라운드, 9일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준결승 등 까다로운 홈 2연전을 앞두고 있다. 토트넘에서 양민혁의 첫 경기는 12일 탬워스와 잉글랜드 FA컵 원정 3라운드(64강)가 될 공산이 높으나, 그보다 빨리 ‘깜짝 데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국인 최연소 EPL 출전 기록을 경신할 것이 유력하다. 현재 기록은 지난달 28일 브라이턴전에서 데뷔한 브렌트퍼드 중앙수비수 김지수의 20세 4일이다. 그러나 양민혁은 실력으로 평가받고자 한다. 그는 “어린 나이에 해외로 나가서 나를 의아해하는 팬들도 있을 것 같다. 그분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게 먼저다. 대선배 손흥민이 강조한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양민혁 역시 잘 알고 있다. 고교 3학년을 마친 그는 “고등학교에서도 영어를 공부했지만, 실전은 또 다를 것 같다. 영국에서 많이 배우겠다”고 얘기했다. 음식도 문제없다. “평소 빵이나 스크램블드에그 같은 양식도 좋아하고, 다 잘 먹는다”고 밝혔다. 수줍음이 많은 성격에 대해선 “토트넘에선 달라지겠다. 주변에 더 친근하게 먼저 다가갈 것”이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예고했다.
적응 후에는 ‘스텝 바이 스텝’이다. 양민혁은 “영국으로 가기 전까지 토트넘에서 제공한 세션에 따라 회복 훈련을 진행했다.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몸 관리가 최우선”이라며 “그다음 조금씩 출전 기회를 늘린 뒤 내 장점인 득점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