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골프, 보고 싶지 않은 골프 -PGA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27>

입력 2025-01-20 11: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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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프 스트라카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피트 다이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최종라운드에서  팬들로 둘러싸인 가운데 16벌 홀을 향해 샷을 하고 있다. 스트라카는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로 우승하며 PGA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캘리포니아(미국) ㅣ AP 뉴시스

세프 스트라카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피트 다이 스타디움 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최종라운드에서 팬들로 둘러싸인 가운데 16벌 홀을 향해 샷을 하고 있다. 스트라카는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로 우승하며 PGA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캘리포니아(미국) ㅣ AP 뉴시스


프로선수들이 골프를 하는 동기는 돈을 벌기 위해서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라이더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2023년 로마의 마르코 시모네 골프클럽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패트릭 캔틀레이는 모자를 쓰지 않는 행동으로 돈을 지급하지 않는 주최 측에 항의했다.

2025년 라이더컵에서부터 미국팀은 선수들에게 출전 수당으로 2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더해 각각의 선수들이 지정하는 단체에 3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라이더컵에서 패트릭 캔틀레이와 조를 이뤄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었던 잰더 쇼플리는 “라이더컵에서 나오는 돈은 모두 자선에 쓰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로 말해, 절친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는 “미국팀의 모든 선수는 돈을 받지 않고 골프를 치는 것 이상의 헌신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나는 돈을 보고 골프를 치지 않는다. 평생 돈을 받지 않고 골프를 칠 수 있다. 돈은 그저 보너스에 불과하다”라고 덧붙였다.

유럽팀은 미국팀과 달리 올해에도 선수들에게 출전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유럽팀을 대표하는 로리 매킬로이는 “라이더컵에 출전하려면 돈을 내라고 해도 낼 의사가 있다”며 “라이더컵과 올림픽이 돈이 개입되지 않은 가장 순수한 대회”라고 강조했다.

라이더컵이 있는 해에 성적이 좋아지는 선수가 있는데, 라이더컵 출전이 돈보다 더 중요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전성기를 지난 것으로 평가받았던, 저스틴 토마스와 니키 파울러의 올해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올해 개최되는 라이더컵에 출전하려는 큰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팀과 유럽팀 모두에서 나타난다. PGA투어나 DP월드투어 주요 대회에서 우승하면 라이더컵 출전 명단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LIV에 합류한 이후 라이더컵 합류 가능성이 작았던 티럴 해턴(잉글랜드)은 19일에 끝난 DP월드투어의 주요 대회 중 하나인 히어로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을 우승함으로써 라이더컵에 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세프 스트라카가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입 맞추고 있다. 스트라카는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로 우승하며 PGA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캘리포니아(미국) ㅣAP 뉴시스

세프 스트라카가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입 맞추고 있다. 스트라카는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로 우승하며 PGA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캘리포니아(미국) ㅣAP 뉴시스


같은 기간에 미국 LA에서 개최된 PGA투어 대회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에서는 세프 스트라카(스위스)가 우승함으로써 라이더컵 유럽팀 선발에 바짝 다가섰다. 2022년에 혼다 클래식을 우승하고, 2023년에 존디어 클래식을 우승한 스트라카는 지난 시즌 내내 부진한 성적을 보였지만, 라이더컵이 열리는 올해에는 PGA투어 3번째 대회 만에 25언더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미국팀 합류를 간절하게 원하는 저스틴 토마스를 2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하여 그 의미를 더했다. 명예를 모티베이션으로 삼는 골프는 골프 팬이 지금보다 더 자주 보고 싶은 골프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가 열린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의 17번 홀. 사진제공ㅣPGA웨스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가 열린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의 17번 홀. 사진제공ㅣPGA웨스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는 LA의 PGA웨스트 스타디움 골프 코스에서 개최됐다.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울리는 골프 코스 디자인은 훌륭했다. 장벽 같은 16번 홀의 벙커와 17번 홀의 아일랜드 그린은 시그너처 경관으로 손색이 없었다. 국내 골프 팬에게 낯선 모습도 눈에 띄었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잔디는 초록색인 반면에, 러프의 잔디는 갈색이었다. 이는 페어웨이와 러프의 잔디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했다.

미국 남부 지역은 더운 날씨에 강한 버뮤다그래스가 주종을 이룬다. PGA웨스트 스타디움 코스는 사막 지역이라 겨울밤에는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여름철 고온에 강한 버뮤다그래스는 추운 날씨에 생장을 멈추고 갈색으로 변한다. 잔디가 갈색으로 변해도 골프를 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TV로 중계되는 골프대회를 위해서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라이그래스 오버시딩(Ryegrass Overseeding)이라는 작업을 한다. 가을에 버뮤다그래스의 생장을 제한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뿌리고, 그 위에 사철 푸르름을 유지하는 라이그래스 씨앗을 뿌린다. 라이그래스는 비가 많이 오고 서늘한 영국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라이그래스를 파종한 후에는 물을 많이 주어야 한다. 여름에 버뮤다그래스가 라이그래스를 지배하고, 겨울에 라이그래스가 버뮤다그래스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화학비료가 사용된다.



이런 작업은 많은 돈이 필요하고, 심한 환경파괴를 일으킨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골프 코스를 만들기 위해서 이러한 라이그래스 오버시딩이 줄어들고 있지만, 오거스타 내셔널을 비롯한 골프 코스에서 여전히 이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PGA웨스트 코스의 경우에 환경 파괴라는 비판을 의식하여 러프에서는 그러한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페어웨이와 러프의 색이 겨울에는 다르게 나타난다. 골프 팬의 입장에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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