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은 실력만큼이나 빼어난 팬 서비스 때문에 인기가 많다.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2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최나연. 주영로 기자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LPGA 투어인 하나-외환챔피언십 둘째 날. 2라운드 경기를 끝내고 연습그린으로 향하던 최나연(26·SK텔레콤)의 주위로 수백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진행요원들이 정리에 나섰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서로 밀며 자리를 다투는 통에 가로막까지 무너질 위기였다. 그때 최나연이 나섰다.
“줄을 서세요. 그래야 제가 사인해드릴 수 있어요.”
그제야 팬들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위를 살피던 최나연은 손으로 연습그린 입구의 반대편을 가리키며 “저쪽에서 줄을 서면 사인해드릴게요. 전부 다 해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라며 팬들을 달랬다. 행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연습 중인 다른 선수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그는 팬들을 다른 쪽으로 유인했다.
장소를 옮긴 최나연은 갤러리들을 진정시켰다. 한 명 한 명 줄을 세워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사인은 무려 40분 동안이나 진행됐다. 팬들의 사인 요청에 연습 시간은 그만큼 줄었다. 그러나 최나연은 한 명도 거절하지 않고 끝까지 사인을 해줬다.
최나연을 향한 팬들의 마음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대만, 일본에서도 팬들이 몰려왔다. 여행사에서 판매한 대회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팬도 있고 직접 항공과 호텔, 대회입장권까지 구입해 찾아온 팬도 있었다. 최나연은 해외에서 찾아온 팬들도 따뜻하게 맞아줬다. 자신이 일일이 챙기지 못할 때면 부모 또는 국내 팬클럽 회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최나연의 국내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 중인 한 여성팬은 “이제는 팬들끼리 서로 잘 알기에 불편한 게 없는지 챙겨준다. 국적은 다르지만 최나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함께 모여 있으면 말도 잘 통하고 재미있게 지낸다”고 귀띔했다.
‘최나연바라기’는 일반 팬에 그치지 않는다. 후배들도 그에 대한 팬심이 가득하다. 이날 골프장에는 KLPGA 투어에서 뛰는 김지희가 최나연의 경기를 보기 위해 갤러리를 했다. 중·고교시절부터 최나연의 팬이었다는 그는 “언니의 경기를 보면 배울 점이 많다. 또한 팬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역시 대스타답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인기는 얻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 최나연을 향한 팬들의 마음과 팬을 향한 최나연의 마음은 똑같았다.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