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 스포츠동아DB
나를 다시 재충전 하고싶다
두리야 아빠응 이해해주렴”
“지도자의 양심을 지키고 싶었다.”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은 깔끔한 성격이다. 구차한 것을 싫어한다. 스스로 정한 원칙에도 엄격하다.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도 미련이 없다.
특히 물러나야할 때 물러설 줄 아는 지도자다. 이번 사퇴 또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다. 차 감독은 “지금 같이 힘든 상황에서 감독직을 더 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지도자의 양심을 지키고 싶었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시즌 중에 쉰다는 것도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6월6일 행복한 마무리를 하고 관중석에서 수원을 응원하겠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언제 사임을 결심했나.
“지난 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약 40일정도 외국에 나가 용병 영입 등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쉴 시간 없이 다시 시즌을 맞았다. 집중력이 결여됐고, 심신이 피곤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감독을 하려면 높은 집중력을 가져야 하는데 6년 반 동안 계속 그걸 유지하는 것은 무리였다.”
-팀을 떠난 후 구제적인 계획이 있는지.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졌고, 열정도 식었다.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협회에서 월드컵 전임 감독들을 남아공월드컵에 초청했다. 한국의 3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준결승, 결승전도 보고 싶다. 이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해외로 떠날 생각도 있는가.
“우선 쉬는 게 중요하다. 그런 뒤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듯 하다. 지도자 교육도 받아야 한다. 그런 뒤 외국으로 나가 흐름도 보고, 느끼고 돌아오는 것이 필요하다. 조광래 감독을 보면 쉬고 돌아온 뒤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도 쉬면서 재충전한 뒤 다시 돌아와 아시아 챔피언에 도전해보고 싶다.”
-가족들의 반응은.
“원래 애들 엄마는 감독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두리는 내가 감독하는 것 좋아한다. 아직 모르고 있는데 아빠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아직 최종 관문이 남아있지만 두리가 월드컵에서 대를 이어 한국축구에 기여했으면 한다. 해병대에 있는 막내도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해병이니까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