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이승렬 구자철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아직 주인공들은 가려지지 않았지만 ‘최종’이란 단어가 언급될 때면 항상 가슴을 졸여야 하는 3인방이 있다.
이승렬(서울) 구자철(제주) 김보경(오이타)이다.
예비 엔트리 30명이 파주NFC에 소집됐을 때부터 이들은 항상 ‘전력 외’로 분류돼 왔고, 26명으로 좁혀졌을 때도 전훈 멤버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23명이 아닌, ‘+3’에 가깝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사실 그 말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런 항간의 시선에 허탈하진 않을까. 혹여 서운하진 않을까.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러나 예상과 달리 모두가 밝은 표정이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월드컵 출전이란 엄청난 메리트.
허정무호엔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10년도 아닌 12년을 기다린 선배도 있고, 세계로 눈을 넓히면 엄청난 명성과 실력을 지녔음에도 소속 국가가 신통치 않아 월드컵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항상 비운을 맛본 이들도 있다.
어쩌면 3인방은 그에 비해 훨씬 나은 입장이다.
지금은 ‘주전급’으로 분류되고 있는 인원들의 비운을 기다려야 기회가 주어지는 ‘깍두기’란 평가를 받지만 아직은 젊고, 더 푸른 희망이 있기에 그토록 환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1200m 노이슈티프트 고지대에서 구슬땀을 흘린 뒤 버스에 올라타기 전, “월드컵 본선 멤버 자격으로 갈 수 없더라도 그 현장을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값진 경험을 쌓는 셈”이라고 수줍은 미소와 함께 전달된 누군가의 말이 새삼 와 닿는다.
이제 허정무 감독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3인방 모두 행복할 수도 있고, 모두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잊어선 안 될 한 가지 사실이 있다. 포기를 언급하기에는 미래가 더 길다는 것을.
아울러 그대들이 4년 뒤 주역이 된다는 것을.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