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채의 월드컵에세이] 스페인에 지고 웃는 한국, 伊 잡고도 침울한 멕시코

입력 2010-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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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 지 하루가 지난 토요일(5일) 아침, 한국대표팀이 OR 탐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이른 아침 8시경 비행기에서 내린 선수들은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유유히 입국장을 통과했다. 바로 전날 2008유럽선수권 우승팀 스페인에 아쉽게 패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그리 좋은 분위기일 것 같지 않았지만, 선수들뿐만 아니라 허정무 감독의 표정 모두 하나같이 밝아 보였다.

지난 해 말 본선 조추첨과 올해 초 전지훈련에 이어 세 번째로 남아공 땅을 밟은 허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가 다시 한 번 큰 족적을 남기길 바란다”고 말하고 루스텐버그행 버스에 올랐다.

30분 후 멕시코대표팀이 화물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틀 전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를 2-1로 물리쳤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모두들 시무룩한 표정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결국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멕시코 취재진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묵묵히 버스를 탔다.

문득 엊그제 공항에서 호텔까지 날 태워다 줬던 자원봉사자 아이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남아공대표팀은 개최국으로선 처음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굴욕을 당할 위기에 놓여 있는데다, 이달 초 베테랑 공격수 베니 매카시가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팀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하지만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개막전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언제나 그랬듯,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인지 공항 취재에 동행했던 멕시코 기자 마르틴은 남아공과의 개막전이 무척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부부젤라 나팔 소리가 심판의 판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몰라도, 어쨌든 월드컵 개막전에서 홈팀을 상대하는 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라는 얘기였다.

금요일 밤(4일) 중국에 일격을 당한 후 예정보다 하루 일찍 불시에 입국한 프랑스와 첫 경기를 치르는 게 차라리 낫다고도 했다.

대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금, 어떤 이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다른 어떤 이는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케 나코 (Ke Nako)’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FIFA.COM 에디터
2002 월드컵 때 서울월드컵 경기장 관중안내를 맡으면서 시작된 축구와의 인연. 이후 인터넷에서 축구기사를 쓰며 축구를 종교처럼 믿고 있다.국제축구의 흐름을 꿰뚫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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