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의 24시] DVD 보며 상대국 허점찾기 구슬땀

입력 2010-06-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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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이상 꼼짝않고 전력파악

자정 이후 취침 오전 6시 기상

짬내 독서…선수 방 출입 안해“벌써 3일째네요.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아요.”

허정무 감독이 7일(한국시간) 루스텐버그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마친 뒤 미소를 지었다. 훈련장에서 선수단 버스가 있는 곳까지 약 100미터는 취재진이 선수단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나마도 경호원들이 철저하게 통제하는 바람에 쉽지 않지만 이날은 운 좋게도 허 감독을 잠시 만나 월드컵을 앞둔 수장의 하루 일상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하루 종일 DVD 시청

루스텐버그에서 대표팀은 보통 하루 한 차례 훈련을 한다. 훈련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사이. 훈련장에서 호텔까지 왕복 이동거리 30여 분을 더해도 총 3시간을 넘지 않는다.

남는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허 감독은 “남는 시간에 주로 뭘 하시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툭 치며 “아이고, 정신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종일 축구 생각만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간단다.

허 감독은 원래부터 새벽잠이 없다. 프로 감독 시절 어쩌다 코칭스태프와 거나하게 술잔을 기울인 다음날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운동장에 가장 먼저 나와 코치들을 긴장시키곤 했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허 감독의 취침시간은 자정에서 새벽 1시 사이. 기상시간은 오전 6시다.

보통 오전 9시경 아침식사를 하는데 그 전까지 잠시 호텔 주변을 산책하면서 머리를 식힌다. 점심은 훈련시간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이다. 저녁식사는 보통 6∼7시에 이뤄진다.

나머지 시간은 온통 DVD 시청이다. 반나절 이상 꼼짝 않고 상대국 경기를 보며 전력 분석에 열을 올린다. 허 감독은 “그 밖에 나머지 시간에 잠시 짬을 내 독서를 하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잦은 코칭스태프 회의

훈련 외에 허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는 코칭스태프 회의다. 남아공으로 오기 전 파주 합숙이나 해외 전훈 때는 보통 오전 아침식사 후에 한 차례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 한 차례씩 하루 두 번 공식적인 코칭스태프 회의가 있었다. 1차적으로 정해성 수석코치, 김현태 GK 코치, 박태하 코치가 피지컬 트레이너 레이몬드 등과 회의를 통해 선수들 몸 상태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들은 후 2차적으로 허 감독 이하 한국인 코칭스태프끼리 다시 한 번 회의를 한다.

그런데 남아공에서는 코칭스태프 회의가 유독 잦다. 허 감독은 점심을 먹은 후나 아니면 DVD를 보다가도 상의할 내용이 있다 싶으면 즉각 코치들을 호출한다. 주로 모이는 장소는 식당 옆에 있는 카페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곳에 코칭스태프가 모여서 차 한 잔 마시며 회의하는 장면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카페는 선수들에게도 개방돼 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들이 진지하게 회의하고 있는데 옆에 와서 얼쩡대는 간이 큰(?) 선수는 없다는 게 관계자 말이다.


○선수들을 믿는다

허 감독과 코치들은 물론 선수들도 1인 1실을 쓴다. 올 1월 전훈을 왔을 때는 2인 1실이었는데 방이 좁은 편이라 선수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허 감독이 선수들 방을 찾는 경우는 없다. 가끔 치료실에 들려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게 전부다. 괜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허 감독 스스로도 부담보다는 현 상황을 즐기려고 한다.

“마음은 정말 편해요. 이제 정말 제대로 한 번 붙어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 크게 부담이 가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선수들을 믿어야죠.”

루스텐버그(남아공)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twitter.com/sports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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