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기자의 남아공 24시] 44년만에 월드컵…北 응원단 “신났습네다”

입력 2010-06-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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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도 쩔쩔 매는구만.” “노란 딱지 한 번 안 주네?”

북한-브라질의 2010남아공월드컵 G조 1차전이 벌어진 16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등장한 북한의 맞대결답게 경기장은 5만1000명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물론 대다수는 브라질 팬들이었다. 이들은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부부젤라를 불며 월드컵 6회 우승을 향한 상쾌한 스타트를 기원했다. 수적으로는 열세였지만 북한 팬들의 응원도 신명났다. 본부석 중앙 2층 좌석에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50여 명의 응원단은 90분 내내 나무로 만든 캐스터네츠를 치며 “이겨라” “이겨라”를 외쳤다. 이들은 모두 평양 출신으로 평양-베이징-홍콩을 거쳐 남아공으로 먼 원정을 떠나왔다. 응원단 이름을 물으니 “19차 월드컵 응원단”이라고 했다.

북한이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며 전반을 0-0으로 마치자 응원단은 후끈 달아올랐다. 신창일 씨는 “세계 속에 뛰어든 기분입니다. 골은 안 났지만 우리 선수들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승부는 두고 봐야합니다”고 말했다.

남아공에 와서도 매번 극비행보를 거듭한 북한대표팀과 달리 응원단은 개방적이었다. 이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외국인 관중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는 등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들어 마이콩(인터 밀란)과 엘라누(갈라타사라이)에게 연속 골을 내주자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종료 직전 지윤남이 상대 왼쪽을 파고들어 기어이 한 골을 터뜨리자 마치 승리를 확정짓기라도 한 듯 떠나갈 듯한 함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북한이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맛 본 역사적인 골이었다. 결국 경기는 북한의 1-2 패배로 마무리됐다. 선전을 했다는 안팎의 평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윤남은 국내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뿌리치고 그대로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안영학은 “브라질은 예상대로 강했다. 그러나 우리도 잘 싸웠다. 전반에 좋은 페이스였는데 후반에 실점을 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 |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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