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 우승반지에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따 오겠다” 야구대표팀의 중심타자 김태균(지바롯데)이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동안 엄지를 세우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광저우로 떠난 한국산 ‘거포’…김태균과 유쾌한 수다
日 진출 첫해 우승, 뒤풀이 못해서 느낌은 별로나 스스로에겐 100점 만점에 100점 주고 싶어
대표팀 4번 타자가 중요하기보다 금메달 목표
병역 미필 동료들과 신부에게 꼭 선물 해야죠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뛸 수 있어 기분만은 좋다”고 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김태균(28·지바 롯데). 추신수(클리블랜드), 이대호(롯데)와 함께 대표팀 중심타선을 구성할 그는 10일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시종 밝은 표정이었다. 일본시리즈 때문에 대표팀 중 가장 늦은 9일에서야 지각 합류했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라는 그였다.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그와 함께 올시즌을 돌아보며 아시안게임을 앞둔 각오, 결혼을 앞둔 심정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100점 만점에 100점
일본 진출 첫해였던 그는 시즌 개막전부터 팀의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하다 정규시즌 막판 4번 자리를 내주고 하위 타선으로 밀렸다. 주니치와의 일본시리즈에서도 주로 6번으로 나섰다.
그는 “4번 자리를 ‘뺏겼지만’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면서 “4번을 맡으면서 나도 모르게 부담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동료들에게도 미안했다. 실력이 없으면 안 맡는게 맞다. 차라리 잘 됐다고 받아들였다”고 했다.올시즌 그는 정규리그에서 타율 0.268에 21홈런 9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전 목표로 세웠던 타율(2할8푼)에는 모자라지만 홈런(20개), 타점(80개)은 초과달성했다. ‘스스로에게 올해 몇점을 줄 수 있느냐’는 말에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공적인 첫 시즌이었다”고 자평했다.
○만약 한화에 남았더라면….
그는 전 소속팀 한화에서 9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우승의 꿈을 일본 무대 첫해인 올해 일궈냈다. 그러나 정작 “별 느낌은 없다”고 했다. “7차전까지 일본시리즈를 치열하게 치르면서 몸도 마음도 고단했다. 곧바로 귀국하면서 흔히 말하는 ‘우승 뒤풀이’를 못해서인지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와 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때 소속팀 후배였던 류현진이 곁을 지나가자 “나와 (이)범호형이 한화에 있었더라면, 현진이를 도와 우승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류현진의 활약상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는 듯, “정말 대단한 동생”이라는 칭찬도 잊지 않았다.
○친구인 (추)신수와 미필 동료들을 위해….
“처음에 성인 대표팀 태극마크를 달았을 땐 말도 못하고, 방 구석에서 잠자코 죽은 듯이 지냈는데, 이젠 내 친구들이 벌써 대표팀의 주축이 됐다”고 했다. 2000년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주역 중 한명인 그는 프로 1년생이던 2001년 야구월드컵을 통해 성인 대표팀 첫 태극마크를 단 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네 번이나 대표팀 생활을 했다. 그는 추신수, 이대호 등과 함께 만들어나갈 이번 대표팀 클린업트리오에 대해 “내가 제일 부족한 게 아니냐. 7번 정도가 내 타순 같다”며 웃은 뒤 “누가 4번을 치고, 3번을 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금메달을 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추신수를 비롯한 병역 미필 선수들을 위해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한다”고도 덧붙였다.
○힘이 돼 준 그녀에게 바치고 싶은 금메달
지난 8월 초, 그는 방송인 김석류 씨와 깜짝 결혼 발표를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대호조차 “내게도 알리지 않아 섭섭하다”고 할 정도로 극비에 진행된 연애였다. 두 사람이 결혼을 발표한 8월 초, 김태균의 성적이 좋지 않아 본의 아니게 김 씨가 인터넷에서 구설에 오른 것을 떠올리자 “괜히 나 때문에 (석류 씨가) 마음 고생을 했다”면서 “그것만 생각하면 미안하고, 또 잘 딛고 일어서 고맙기도 하다”며 예비 신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털어놨다. 12월 11일 결혼식을 올리는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결혼 선물로 꼭 주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미 아기가 생긴 게 아니냐’고 짓궂은 농담을 건네자 김태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추신수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기가 생기면 가장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미 아들 둘을 둔 추신수가 “난 앞으로 더 낳을 생각”이라고 말하자, 김태균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뒤 “나도 많이 낳고 싶다”고 했다.광저우(중국)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