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최준석 하늘에 바친 황금장갑

입력 2010-1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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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생애 첫 수상…“아버지 산소에 가져갈것”
조성환은 세상 떠난 롯데 골수팬 떠올려
홍성흔 최다득표…조인성 단2표차 영광
손시헌, 유격수 강정호 수상 진심의 축하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1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10개 부문 수상자 중 생애 첫 영광을 안은 선수가 4명이나 되고, 사연도 다양해 어느 해보다 감동적인 여운이 남았다.


●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먼저 가신 팬에게 돌린 영광

1루수로 개인 첫 수상의 영광을 안은 최준석은 중학교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면서 “아버지 산소 앞에 가져다 드려야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의 이혼 후 줄곧 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란 그는 2005년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할머니는 화장하셔서…”라며 할머니 산소 앞에 골든글러브를 바치지 못하는 아쉬움까지 내비쳐 주변을 뭉클하게 했다.

2루수 부문 수상자인 조성환은 얼마전 세상을 떠난 롯데 골수팬(고 이학용 씨)를 떠올린 뒤 “그 분의 열정을 본받아 더욱 강한 롯데와 조성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김강민 홀로 수상’

조인성(포수), 최준석(1루수), 강정호(유격수), 김강민(외야수)이 프로 데뷔 후 첫 황금장갑의 감격을 누린 가운데, 팀별 희비도 엇갈렸다. 두산(최준석 김현수 이종욱)과 롯데(이대호 조성환 홍성흔)가 각각 3명씩 수상자를 배출해 공동 1위에 오른 가운데 LG(조인성), 한화(류현진), 넥센(강정호), SK(김강민)가 나란히 1명씩 수상했다.

삼성은 2008년부터 3년 연속 수상자 배출에 실패하는 오점을 남겼고, KIA 역시 빈손으로 돌아섰다. 2007·2008년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불구하고 단 1명 수상자 배출에 만족했던 SK는 이번에도 김강민 만이 수상자가 됐다. 작년 우승을 차지했던 KIA는 4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적이 있다.


● 골든글러브 최다득표 영광 안은 홍성흔

관심을 모았던 최다득표는 지명타자부문 홍성흔이 차지, 3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홍성흔은 유효표 373표 중 344표를 받아 92.2%의 득표율로 최다득표·최고득표율 2관왕을 차지했다. 홍성흔에 이은 전체 2위 득표는 3루 부문 수상자 이대호(롯데·343표)로 홍성흔과는 단 1표차였다. 올 시즌 타격 7관왕에 정규시즌 MVP는 물론이고 연말 각종 시상식도 독차지 하고 있는 이대호는 “내가 최다득표까지 했다면 (홍)성흔이형이 상처 받았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며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지난 7월 올스타전에서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뒤 미디어가 실시하는 골든글러브 최다득표 영광까지 안은 홍성흔은 “프로 선수라면 당당한 실력과 함께 팬들과 언론에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그게 진정한 프로”라는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 2표차로 운명 갈린 조인성과 박경완

프로 데뷔 13년만에 첫 영광을 안은 조인성은 167표를 얻어 경쟁자 박경완(SK·165표)을 단 2표차로 따돌리고 수상 영예를 차지했다. 플로리다 마무리훈련 도중, 중도 귀국해 시상식에 참가한 그는 행사 전 “수상은 꿈도 꾸지 않는다”면서도 기대감을 나타내다가 2표차로 영광을 안자, “정말 감격적이다”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승자 강정호와 패자 손시헌의 아름다운 우정

지난해 최소표차(37표)로 수상을 놓쳤던 강정호(224표)는 이번에도 박빙으로 진행될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작년 수상자였던 손시헌(두산·135표)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지난해 탈락 뒤 한동안 ‘잠수를 탈 정도’로 충격에 빠졌던 강정호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환하게 웃으며 시상대에 올랐다. 작년 시상식장에서 동생의 탈락에 눈물을 쏟았던 친누나 강미숙 씨 역시 현장에서 동생의 황금장갑 수상을 축하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곧바로 시상식에 참석한 손시헌은 강정호에게 직접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며 각 부문 경쟁자 중 유일하게 직접 축하 꽃다발을 주는 아름다운 모습도 연출했다. 손시헌은 “지난해 내가 탔으니 올해는 정호가 받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광저우에서도 잘 했고, 진심으로 축하할 뿐”이라고 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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