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PS다이어리] 1년만에 장갑낀 울산 GK 김승규 “뛸 수 있다는 희망에 행복합니다”

입력 2011-1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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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김승규. 사진제공|울산 현대

참으로 감회가 깊네요. 울산 현대 골키퍼 김승규(21·사진)에게 올 시즌 K리그 챔피언십은 아주 특별합니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자신의 프로 4번째 시즌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죠.

작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김승규는 오른 손목 골절로 한참을 쉬어야 했어요. 긴급 수술을 받고, 기나긴 재활 과정을 거친 것만 거의 1년. 울산 선수단에 복귀한 시점이 약 한 달 전이었으니….

사실 김승규는 팀 내 2인자일 뿐입니다. 특히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쉬이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행히 몸 상태는 예전 수준으로 거의 돌아왔어요. 아직 감각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다이빙하고 캐치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하네요.

6강 PO를 앞두고 통영에서 진행된 전지훈련 도중 올림픽대표팀과 연습경기(11일)를 가졌는데요. 비록 한 골을 내주긴 했지만 풀타임을 뛰면서 제법 감각이 올라왔음을 느꼈어요.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줄곧 함께 해왔던 홍명보 감독이 넌지시 던진 한 마디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하네요. “몸 관리 잘하고 있어. 선생님은 널 계속 주시할거야.”

비록 이번 카타르 원정 명단에는 포함되지 못했어도 다시 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너무 행복했답니다.

이제 마인드 컨트롤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AGAIN 2008’을 외칩니다. 울산 현대고 시절이던 2008년의 기억이죠. ‘파리아스 마법’으로 승승장구하던 포항과의 6강 대결. 연장 끝자락에 주전 골키퍼 김영광과 교체 투입된 김승규는 포항 1, 2번 키커로 나선 노병준과 김광석의 슛을 내리 막아냅니다. 울산은 새내기의 활약으로 그렇게 3위까지 오릅니다.

올해도 어찌될지는 모릅니다. 주전 경쟁을 통과하는 것 역시 무리죠. 다만, 기적처럼 찾아올지 모를 또 한 번의 가을동화를 쓰기 위해 김승규는 묵묵히 오늘도 장갑을 낄 뿐입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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