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무책임한 행동이 국제무대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해온 한국여자농구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 투자로 성적 악화를 자초했던 신세계는 13일 “여자프로농구팀을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여자프로농구단을 접는 대신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동계올림픽 종목을 후원하기로 했다”는 매우 옹색한 변명을 덧붙였다. 투자를 하지 않아 자연스레 성적이 떨어지고 홍보 효과가 반감되자, 김연아의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계기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동계스포츠로 눈길을 돌리겠다는 얘기다.
이제 여자프로농구는 5구단 체제로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를 제공해놓고도 신세계는 ‘충분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 아울러 국내 동계스포츠는 모두 아마추어로 그동안 각 실업팀과 지자체에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며 애써 육성해왔다. 신세계는 이제 와서 “불모지”라는 표현으로 이들의 노력까지 폄하했다.
신세계는 13일 오후 2시 팀 해체 발표 직전인 오후 1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김원길 총재에게 일방적으로 이를 통보했다. 오로지 총재 한명만을 바라보며 아마추어적 운영을 벗어나지 못했던 WKBL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신세계는 일단 5월까지는 인수기업을 찾을 계획임을 밝혔다. 현장 실무자인 신세계 쿨캣 한종훈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이탈하기 전에 매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 그룹 실무진격인 홍보팀 문성현 과장은 “선수들이 이적을 원할 경우 최대한 존중하겠다. 그리고 계열사 입사를 원할 경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