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선발 공격수 최용수입니다” 김호곤 감독 “그럼 우리는 김현석이다”

입력 2012-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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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김호곤(오른쪽), 서울 최용수 감독은 25일 맞대결을 앞두고 전화통화를 했다. 훈훈한 대화 속에 날카로운 칼이 숨어 있었다. 작년 6강 플레이오프 기자회견장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는 두 감독. 스포츠동아DB

울산-서울 오늘 K리그 맞장…사제지간 ‘허허실실 설전’ 왜?

서울 지난해 6강PO 완패 ‘복수혈전’
최용수 감독 “호랑이굴 반드시 승리”

울산 리그 3위…선두권 도약 돌파구
김호곤 감독 “무섭다…살살 좀 하자”


“선생님, 내일 저희 선발 공격수는 최용수입니다.”

“그래? 허허. 그럼 우리는 김현석을 내보내야겠구나.”

울산 현대 김호곤(61) 감독과 FC서울 최용수(39) 감독 사이에 오간 선문답이다.

울산과 서울은 25일 오후 7시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경기를 치른다. 원래 15일에 치러졌어야 하는 데, 울산이 호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을 다녀오느라 8라운드 경기가 미뤄졌다.

서울은 울산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최 감독은 작년 시즌 초반 팀이 연패로 흔들리자 사임한 황보관 전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감독대행으로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김 감독이 이끄는 울산에 1-3으로 졌다. 변명의 여지없는 완패였다. 최 감독은 이를 갈았다. 이번 대결을 앞두고 “내가 어떻게 작년 11월19일(울산과 6강 PO)을 잊을 수 있겠느냐”며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에도 두 팀은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팀보다 1경기씩 덜 치른 현재 울산은 승점 17로 3위, 서울은 승점 15로 4위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맞대결을 앞두고 두 감독이 한가로이 농담을 주고받은 이유는 뭘까.


○웃음 속에 숨은 칼

두 감독은 막역한 사제지간이다. 동래고와 연세대 선후배이고, 김 감독이 연세대 사령탑 시절 최 감독이 선수였다. 평소에도 최 감독은 전화로 종종 안부를 묻는 등 김 감독을 깍듯하게 모신다. 김 감독 역시 “(최)용수 같은 제자가 좋은 지도자로 성장하니 좋다“며 덕담을 건네곤 한다.

23일 최 감독이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감독은 “용수야, 살살 좀 해라. 지금 너희 팀 명단을 보고 있는데 너무 무섭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 감독도 지지 않았다. “역시 선생님은 노련하시군요. 그럼 저희 베스트11을 알려드릴까요”라고 받아쳤다. 김 감독이 “다 알고 있는데 뭘 알려주려고 하느냐”고 하자 최 감독은 “내일 저희 선발 공격수는 최용수입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의 대답도 걸작이었다. “그럼 우리는 김현석(울산 수석코치)을 내보내야겠구나.”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감춘다는 뜻이다. 두 감독 대화는 훈훈했지만 날카로운 칼이 숨어 있었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한판승부를 위한 무대는 마련됐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사제대결이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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