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범석 “주장완장 난생처음 이젠 우승 목마르다”

입력 2012-06-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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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임시 주장 오범석에게 20일 열린 FA컵 16강 서울 원정은 아주 특별했다. 상대 자책골과 프리킥 쐐기골에 관여하는 등 100% 임무를 완수했다. 스포츠동아DB

내 발에서 시작된 서울전 2골 운수대통
난 임시주장…훈련장선 희주형이 다해
나에게 수원이란? 자부심 그리고 긍지!
입대전 우승트로피 선물 진짜 소원이죠


수원 삼성의 오른쪽 윙백 오범석(28)에게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FA컵 16강전은 아주 특별했다.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FC서울. 오범석이 주장 완장을 차고 처음 출격한 빅뱅이었다. 결과는 2-0 수원의 쾌승이었다. 서울 김주영의 자책골도, 후반 스테보의 쐐기 프리킥 골도 모두 오범석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짜릿한 승리의 여운도 만끽할 새도 없이 주말 K리그 강원 원정(17라운드)을 준비해야 했다. 특히 올 시즌이 끝나면 군(경찰청) 입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우승을 향한 집념도 대단하다. 국가대표팀과 소속 팀을 오가며 맹위를 떨치고 있는 그와 인터뷰를 했다.


○주장 완장의 첫 경험

-요즘 주장을 맡고 있다.


“본래 (곽)희주 형이 해야 하는데, 몸이 완전하지 않아서 내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전이 더욱 특별했을 것 같다.

“학창 시절부터 주장을 해본 적이 없다. 요즘 완장을 차고 있는데 정말 힘든 자리다. 물론 상대가 서울이라 더욱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책임감? 그런데 FA컵 전용 완장을 줘서 그 유명한 ‘북벌’ 완장은 차지 못했다.”


-초반부터 박진감 넘쳤다.

“라이벌전은 실력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정신력에서 이겼다. 계속 냉정 유지하자고 동료들과 많이 얘기했다.”


-두 골을 모두 만들었다.

“운이 좋았다. 오버래핑을 평소보다 자제했는데, 이상하게 공격에 가담할 때마다 볼이 잘 맞았다. 축구를 하다 보면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아쉬움의 해갈

-대표팀에서도 활약이 좋다. 최근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그랬다.


“대표팀에 있으면 즐겁다. (최강희) 감독님께서 안정을 주신다. 정말 마음을 비우고 뛴다. 뛰는 게 즐겁다.”


-남아공월드컵 때는 염기훈과 ‘오염 라인’이라는 혹평도 받았다.

“평생 들을 욕을 한꺼번에 먹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난 생각보다 무덤덤하다. 신경 쓰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다.”


-마음을 비운건가? 좌우명이 뭔가.

“‘해볼 수 있는 건 다하자’가 신조다. 축구화를 신고 있는 동안은 가능한 한 모든 걸 하고 싶다. 프로 데뷔와 해외 진출, 대표팀과 월드컵 등 모든 것을 하고 싶다.”


-그럼 목표는 다 이룬 것 같은데.

“아니, 많이 찜찜하다. 못한 게 많다. 프로 입단 후 우승 트로피를 딴 적이 없다. 우승이 간절하다. 진짜 소원이다. 특히 올 연말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트로피가 필요하다.”


○간절한 우승

-수원에서 오범석은?


“이제 나도 신인급이 아니다. 도움을 받는 게 아닌, 도움을 줘야 하는 입장이다. 내 역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수원 삼성이라는 팀이 지닌 의미는?

“자부심과 긍지. 자긍심이다. 프로축구, 프로선수가 이런 거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그렇다면 수원 주장의 의미는?

“난 임시 주장일 뿐이다. 오리지널 캡틴은 희주 형이다. 훈련장과 숙소에서는 희주 형이 다 한다. 아, 이 자리에서 고백할 게 있다. 서울전 때 희주 형이 투입됐는데, 내가 계속 완장을 차고 있었다. 정신을 놓고 있어 돌려주지 못했다. 경기 후에 희주 형 얼굴을 보고 실수를 알았다.”


-쉴 틈이 없다.

“우승이 정말 간절하다. 여기 모든 동료들이 그렇다. 그런 면에서 1위와 3위의 갈림길에 선 제주전(17일)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게 약이 된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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