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임시 이사회. 스포츠동아DB
⑦ 10구단 창단 유보사태를 보며
초등학교 때 또래보다 웃자란 키로 육상부에 뽑혀 들어간 적이 있다. 물론 비교적 잘 뛰기도 한 탓이었다. ‘달려라 하니’도 아니면서 달리는 게 왜 그렇게 좋던지, 가을운동회 때마다 1등 도장이 찍힌 팔목을 내보이며 경품으로 받은 노트를 자랑하기 바빴던 나, 그럼에도 선수로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한 데는 이 여자의 힘이 컸다. 88년 서울올림픽 때 그리피스 조이너가 100미터에서 10초54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내 미래는 저렇게 빛나지 않겠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단 나뿐이랴. 중학교 동창 가운데 핸드볼 슈터로 이름을 날리던 한 친구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간호조무사 학원에 등록을 하더니 나날이 한의원의 침 뽑기 달인이 되어갔다. 볼 대신 소독 솜을 든 채 말이다. 빨간 쫄쫄이 입고 레슬링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던 엄마 친구 아들도 국가대표 선발에서 미끄러진 뒤로는 가스배달 기사로 오토바이 뒤에 가스통 실은 채 속도 내기의 달인이 되어갔다. 손오공 귀처럼 커져버린 두 귀를 헬멧 속에 감춘 채 말이다.
시작부터 왜 이런 사설이 길었는가, 하면 소리 소문 없이 제 갈 길을 모르게 되는 청춘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 위함이었다. 십년 넘게 배트를 휘두르고 십년 넘게 공을 던지던 야구선수들이 학교 졸업 후 막상 뛸 팀이 없어 스물이라는 어른의 몸으로 마치 열 살의 소년처럼 제 앞날을 설계해야 할 때의 막막함,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으랴.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유보한다는 KBO의 결정에 내 입에서 나간 첫 말은 이랬다. 미친 거 아냐? 선수 수급의 부족 현상으로 인한 리그의 질 저하와 인프라 구축의 문제를 문제랍시고 걸었다는데 이처럼 졸렬한 변명이 또 어디 있을까 싶었다. 물론 야구 고교 팀의 수가 전국에 53개에 지나지 않으니 바늘귀 같은 눈으로 보자면 선수 층위의 문제도 거론될 수 있겠으나, 아니 뛸 팀이 있고 박수 칠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리틀야구단에 가입할 어린이들 어디 한둘이겠는가 이 말이다.
당장 9개 구단으로 시작되었을 때 파행 운영이 불가피한 프로야구 리그의 걱정보다 모 그룹 이미지와 이해관계 속에서 반대의 배수진을 친 대기업의 횡포. 선수들의 보이콧이 단순히 겉멋이랴, 한국야구 역사의 미래를 걸고 벌이는 생존의 문제 앞에 징계 운운하는 모양새가 어찌나 유치하던지. 손에 그 많은 떡을 다 쥐고도 대체 무슨 욕심을 이리 부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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