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2인자들, 아시아 왕이 되다

입력 2012-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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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가 10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사우디의 알 아흘리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트로피와 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울산 선수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눈물의 캡틴 곽태휘 선제골로 결승전 포문
MVP 이근호 2% 채우고 올해의 선수 예약
김신욱·김승용 고감도 골…성공시대 활짝


‘PRIDE OF ASIA’

울산 현대가 10일 역대 최다인 4만2153명 관중이 운집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제압했다. 곽태휘의 헤딩 첫 골(전 13)에 이어 후반 하피냐(후 23)와 김승용(후 30)의 릴레이 포로 긴 여정을 마쳤다. 이로써 전북 현대(2006), 포항 스틸러스(2009), 성남 일화(2010)에 이어 K리그 통산 4번째 챔스리그 정상을 밟은 울산은 12월 6일부터 16일까지 일본(도요타, 요코하마)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4골 7도움을 한 이근호가 수상했다.


○ 2인자들이 만든 큰 기적

울산 멤버들은 ‘최강’이란 단어와 어울리진 않았다. 메이저 타이틀은 2005년 K리그가 마지막이다. 이름값 높은 2인자에 가까웠다. ‘최고 수준’에 그쳤을 뿐, 번번이 문턱에서 좌절했거나 아픔을 겪은 이들이 많았다.

이젠 아니다. 캡틴 곽태휘(31)는 ‘아시아 최고’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남아공월드컵 직전, 불의의 부상으로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그는 절치부심 후 지금 위치에 우뚝 섰다. 결승전 후 클럽월드컵 주관방송사 NSTV(일본) 인터뷰에 나선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스포츠동아는 곽태휘-이근호(27)-김신욱(24)-김승용(27)이 참여한 이 인터뷰를 따로 확보했다. 모두의 시선은 세계를 향했다.

“최고가 되고 싶었고, 최고가 됐다. 아시아 왕자를 넘어 세계를 넘볼 수 있게 됐다. 우승은 우리의 모든 걸 바꿨다. 첼시도, 어느 팀도 무섭지 않다.”

MVP 이근호도 마찬가지. 전도유망한 그도 2% 부족했다. 중요할 때 고개를 들지 못했던 이근호는 챔스리그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남은 건 ‘AFC 올해의 선수’ 수상. 한국 축구는 1991년 김주성 이후 수상자가 없다. 이근호는 “꼭 상을 타고 싶다. 클럽월드컵에서 첼시 수비수 이바노비치, 존 테리가 얼마나 잘 하는지 부딪히고 싶다”고 했다.

골게터 김신욱도, 미드필더 김승용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신장만 좋다는 평가를 받아온 김신욱은 미드필더-수비수를 돌아 아시아 폭격기로 비상했다. 대회 6골 1도움. 팀 훈련이 없는 날에도 개인훈련을 거르지 않는 성실함과 신앙으로 무장했다.

‘재간꾼’ 김승용은 3골 5도움으로 제 몫을 다했다. 결승전 하프타임이 끝난 뒤 필드로 들어서며 김현석 코치에게 특유의 ‘리마리오’ 세리머니를 꼭 하겠다고 약속 했다는 후문. 이는 후반 쐐기 골과 함께 지켜졌다. “요즘 킥이 너무 좋다. 사고 한 번 확실히 칠 것 같다”는 그는 클럽월드컵에서 또 다른 비상을 꿈꾼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그들이 있어 더 아름다웠던 감동의 드라마, 아직 완결판이 남았다. 그 무대는 클럽월드컵이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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