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오현택 “자기와 민준이 있었기에 PS 무대 섰어”

입력 2013-10-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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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대 LG트윈스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오현택.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두산 오현택이 아내에게

여보, 혼자서 아이 보느라 힘들지? 어느 덧 한 시즌을 치르고 난생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됐어. 자기가 아이를 잘 봐주고 내 뒷바라지를 잘 해준 덕분에 나는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막 제대한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당신에게나, (오)민준이(아들)에게나 떳떳한 남편,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을지 걱정 많이 했었고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1군 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꿈같은 일인지 몰라. 자기와 민준이가 있었기에 ‘꼭 성공해야 한다’고 다부진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

아마, 시즌 말미쯤 쉬는 날 기억 나? 자기는 친구들과 쇼핑하라고 하고 나 혼자 민준이를 보겠다며 뽀로로파크를 데려간 날이었어. 아들 녀석 하나 못 보겠느냐는 생각으로 데리고 간 건데, 빨리 (놀이기구) 타고 싶다면서 막무가내로 걸어가는데, 놀이기구 하나 태우는 것도 얼마나 힘들던지…. 자기 혼자 애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건지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어.

쉬는 날에도 내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써주는 자기의 배려에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야구가 끝나고 늦은 밤 집에 들어갔을 때, 잠들어 있는 민준이를 보고 있노라면 ‘녀석이 잘 크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흐뭇해지기도 해. 원정을 다녀왔을 때는 훌쩍 자란 느낌이 들어서 낯설기까지 하다니깐. 그러다가도 원정길에 오를 때 녀석의 얼굴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서면 어찌나 눈에 밟히는지…. 통화할 때 아빠 찾는 목소리가 들리면 더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런 미안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

포스트시즌이라 부담도 있고 긴장도 되지만 이걸 이겨내야 한 단계 더 발전해서 내년, 내후년에도 또 다시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연봉도 오르고 말이야. 하하. 여보, 연봉 오르면 용돈도 올려주는 거지? 항상 고마워. 우리 더 행복해지자. 여보, 민준아, 사랑해.

정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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