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벤져스’는 되고, 韓 ‘소녀무덤’은 안된다?

입력 2014-03-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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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윗사진)의 제작사 마블스튜디오 측은 후속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서울 촬영을 위해 한국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랫사진은 18일 체결식에서 포즈를 취한 김인환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장, 이장호 서울영상위원장, 김의석 영화진흥위원장, 출연 배우 수현, 데이비드 가루치 마블스튜디오 대표 변호사, 한국관광공사 강기흥 부사장, 경기영상위원회 서용우 사무국장 모습(왼쪽부터). 사진|소니픽쳐스·동아닷컴DB

■ ‘어벤져스2’ ‘소녀무덤’ 촬영 지원 놓고 차별 대우 논란

마포대교·청담대교 등 서울 주요도로
‘어벤져스2’ 서울 촬영 위해 전면 통제
‘소녀무덤’ 지하철 촬영 협조는 불허
경제효과 이유 불구 ‘퍼주기’ 비난 커


‘차별대우 아니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 한국 촬영을 둘러싸고 한국영화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스포츠동아 3월19일자 2면 ‘오픈칼럼’ 참조)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30일 서울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4월 19일까지 이뤄지는 ‘어벤져스2’ 촬영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비슷한 시기 촬영을 예정한 한국영화에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할리우드 영화는 되고, 한국영화는 안돼?’

문제가 촉발된 건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가 공포영화 ‘소녀무덤’이 신청한 지하철 전동차와 차고지 촬영을 불허하면서부터다. 도시철도공사는 ‘민원 제기’ 가능성을 들어 촬영을 거부했다. 반면 같은 시기 서울시 주요 지역에서 진행되는 ‘어벤져스2’ 촬영에는 해당 지하철역 무정차까지 검토하며 지나친 특혜 아니냐는 시각을 낳고 있다.

‘소녀무덤’ 제작진은 2월 초 도시철도공사 측과 만나 촬영 협조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작진은 구체적인 촬영 계획을 담은 공문을 두 차례 보냈다. ‘소녀무덤’ 제작 관계자는 27일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촬영 날짜를 확정해 일주일 전에만 공문을 보내면 큰 문제가 없다고 약속해놓고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반면 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한 칸을 통째로 쓸 경우 민원 제기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 “잣대가 뭐지?”

이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적이 다르고 영화 제작 규모 격차가 크다고 해도 촬영 허가와 관련해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촬영 지원과 관련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앞으로 대작 한국영화가 촬영 지원을 요청해도 ‘어벤져스2’와 비슷한 차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류가 중요하다면서 영화 한류를 막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한국영화 관계자는 “사실 서울 시내에서 로케이션을 펼칠 경우 관계당국의 허가를 받는 등 그 절차나 과정은 쉽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서울의 풍광을 담는다?”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은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등 협조로 이뤄진다. 마포대교와 청담대교, 상암 DMC, 강남대로 등 유동인구와 차량 통행이 잦은 서울의 주요 지역에서 진행되며 이때 도로는 전면 통제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이 ‘퍼주기’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처럼 파격 지원에 나선 것은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이 가져다줄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다. 영진위 등은 한국은행이 2010년 내놓은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어벤져스2’ 촬영 이후 관광객 62만명 증가, 연간 소비지출 876억원 발생 등을 전망했다. 심지어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경제효과까지 예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어벤져스2’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전혀 다른 장르로, ‘반지의 제왕’은 촬영지 뉴질랜드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그대로 담아내며 해당 지역 관광객 증가 등 경제적 효과를 몰고 왔다. 반면 ‘어벤져스’ 시리즈는 악에 맞서는 슈퍼 히어로들의 이야기. 대규모 폭발신과 액션 장면이 예상되는 블록버스터로 촬영지의 배경이 도드라지는 장르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한강의 모습이 영화에 담기고 한국이 선진기술 강국의 이미지로 묘사된다”고 밝혔지만 촬영 이후 편집을 거친 영화에 서울의 풍광이 얼마나 아름답게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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