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목동구장에서는 9회초 KIA 김주찬이 넥센 투수 손승락의 투구에 맞으면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넥센 베테랑 투수 송신영(왼쪽)이 흥분하며 그라운드로 달려오는 과정에서 심판과 선수들이 말리고 있다. 양 팀 선수들은 큰 충돌 없이 잠시 후 해산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염경엽감독 “불펜 약한 KIA 충분히 이해”
“내가 뛰라고 시켰다.”
KIA 선동열 감독이 9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선 뒤 전날 김주찬(KIA)의 사구로 촉발된 벤치클리어링 논란에 대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자신의 뜻을 전했다.
전날 경기에서 치열한 타격 공방전 끝에 KIA가 13-8로 이겼다. 하지만 9회 2사 후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넥센의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김주찬과 대결 도중 왼팔에 공을 맞혔다. 김주찬은 크게 흥분하며 손승락을 노려봤고 이내 마운드로 향했다. 심판이 김주찬을 막아섰고, 손승락도 손을 저어 고의적인 사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넥센의 베테랑 투수 송신영이 홈플레이트까지 다가오며 양 팀 벤치에서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선수들이 서로 뜯어말리면서 더 큰 몸싸움은 막을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김주찬의 도루를 충돌의 시발점으로 본다. 12-4로 앞선 5회초 KIA의 공격. 김주찬은 바뀐 투수 송신영에게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갔다. 나지완의 타석 때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송신영은 이에 크게 격분하며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의사구를 의심하는 쪽은 정황상 손승락이 9회 보복성으로 김주찬을 맞혔다고 보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불문율’이다. KIA가 크게 앞선 상황에서 굳이 도루를 하면서 상대를 자극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점수차를 떠나서 초반이다. 많은 이닝이 남아있는데 안 뛸 이유가 없다. 내가 뛰라고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8회쯤 된다면 안 뛰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감독들도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주찬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그는 “주찬이가 작년 데드볼(사구)로 큰 부상을 당해 경기에 못 뛰었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주찬은 지난해 KIA로 이적한 뒤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쳤지만 한화전에서 유창식의 투구에 손등을 맞으면서 약 2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나있어야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는 “누구나 이기고 싶은 욕망이 있다. 8점차였지만 KIA는 뒤(불펜)가 약하다. 생각의 차이이기 때문에 불문율은 다를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