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Plus] 대안 없는 불펜… 해답 없는 롯데…

입력 2014-07-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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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싸움의 고비에서 불펜의 불안과 주전 선수들의 체력고갈로 롯데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의 채태인이 24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경기에서 4회 2점홈런을 터뜨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바라보는 롯데 황재균의 표정이 우울해 보인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롯데의 위기

강영식·이명우 연일 호출…불펜 과부하
체력 한계 노출…자체 수혈은 기대 못해
유망주 육성 실패…4강? 내년이 더 문제

누가 봐도 2014시즌 롯데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강민호야 프랜차이즈 스타이니까 부산 민심수습 차원에서 잡을 수밖에 없었다손 치더라도 최준석까지 영입한 것은 분명 우승을 겨냥한 것이었다. 경찰청에서 전역한 장원준은 FA를 앞두고 있고, 손아섭 황재균 전준우의 군 문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롯데에 ‘골든타임’은 2014년뿐이었다.

그러나 우승이라는 것은 단순히 투자가 전부가 아니라 위기대응까지 포괄하는 것임을 롯데의 행보를 보노라면 여실히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롯데 프런트와 현장은 우승을 하고픈 의욕만 넘쳤지 어떻게 해야 우승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상상력은 부족했다.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롯데는 1승6패로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바깥에서 봐도 위기 시그널이 곳곳에서 포착되는데 정작 내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용병타자 히메네스 교체 타이밍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25일 LG전에서 4회까지 9-1로 앞서던 와중에 쏟아진 폭우 탓에 1승을 날렸다고 하늘만 원망해서는 롯데의 미래는 없다. 어쩌다 후반기 롯데가 이렇게 무기력해졌을까.


● 불펜은 ‘자연사’ 단계

표면적으로 LG전 2패는 불펜 잘못처럼 비친다. 26일은 강영식, 28일은 이명우, 두 좌완투수가 흐름을 그르쳤다. 그러나 강영식은 2007년부터 50경기 이상 등판해왔다. 올 시즌도 이미 40경기를 던졌다. 이명우는 2012시즌부터 2년 연속 74경기에 나왔다. 올해도 이미 50경기에 나갔다. 좌완임에도 두 투수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강영식 0.295, 이명우 0.313)을 살펴보면 한계가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대안부재론 속에 연일 호출되고 있다.

그나마 구위가 나은 잠수함 정대현은 연투가 버거운 스타일이다. 김성배도 지난 2년의 누적된 체력 부담에다 올 시즌 마무리에서 탈락한 뒤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우완 최대성은 아예 실패했다. 김승회마저 마무리로 이동하자 두 좌완의 과부하가 더 심화됐다. 근본적 문제는 갈아 낄 투수가 안 보이는 현실이다. 29일 사직 두산전도 결국 지친 기색이 역력한 불펜을 아끼기 위해 0-1로 밀리던 1사 1·2루에서 롯데 김시진 감독은 선발 홍성민을 내리고 강승현을 올렸으나 1아웃도 잡지 못하고 4안타 1볼넷으로 5실점했다. LG와 28일까지 잠실에서 경기를 치르고 내려온 여파로 20안타를 두들겨 맞고, 1-12로 대패하는 와중에 사직 홈팬들 앞에서 황재균, 박종윤, 전준우 등 주전선수를 빼는 ‘실례’를 범해야 했다.


● 롯데는 2015년부터가 더 문제다

롯데는 로이스터∼양승호 감독 재임 5년간 4강에 갔다. 롯데 프런트는 이 기간동안 투타에 걸쳐 그 어떤 유망주도 육성하지 못했다. FA, 2차 드래프트, 보상선수로 데려온 선수들이 팀을 받치며 팀은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다.

외부수혈 전략은 2014시즌 우승에 실패하면 명분을 상실한다. 세대교체가 절실한데 현실은 암담하다. 만에 하나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가장 타격을 받는 팀이 롯데라는 얘기가 나온다. 고작 선수 1∼2명 빠진다고 재앙을 논하는 선수층이 롯데의 현실이다. 올 시즌 후 장원준은 FA가 되고, 송승준과 유먼, 옥스프링은 30대 후반 나이로 넘어간다. 이웃한 NC와 사정을 비교하면 더욱 몸서리쳐져야 정상인데 정작 롯데의 실권자들은 정중동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4강 도전자들 중 롯데가 가장 불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 탓을 하기엔 롯데 주력선수들은 그동안 너무 많이, 못 쉬고 뛰었다. ‘나 아니면 안 되는 현실’ 속에서 활기가 팀에 돌 일도 없다. 누가 롯데를 이렇게 만들었나.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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