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헤켄 구속 증가는 연봉덕?

입력 2014-08-0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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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헤켄. 스포츠동아DB

생활고 탓에 아르바이트로 1년 내내 공 던져
한국선 안정적 생활로 휴식·훈련…구속 UP

만 33세에 직구 최고구속이 140km를 넘지 못했던 투수가 35세에 145∼146km를 펑펑 던진다. 종종 구속 증가 현상이 나타나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것도 아니다. 넥센 에이스 밴 헤켄 이야기다. 밴 헤켄은 35세 시즌인 올해 145km 이상 직구를 던지고 있다. 2012년 처음 한국무대에 데뷔했을 땐 전형적인 기교파 왼손 투수였다. 넥센이 바랐던 모습도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가 아닌 안타를 맞더라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효율적으로 책임지는 선발투수였다.

올 시즌 밴 헤켄은 넥센의 에이스가 아닌 리그 최고의 투수다. 5일까지 22경기에서 135.2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2.79로 15승 4패를 기록하고 있다. 2007년 두산 리오스(22승5패) 이후 첫 시즌 20승을 노리며 시즌 MVP에 도전하는 페이스다.

평범한 외국인투수였던 밴 헤켄이 리그 에이스로 뛰어오른 힘에는 빠른 직구가 있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처음부터 변화구 컨트롤은 정말 좋았다. 체인지업도 각각 속도가 다른 3가지 공을 가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145km 이상 빠른 공을 우타자 몸쪽으로 바짝 붙여 던진다. 타자 입장에서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구속이 늘었다는 점이 참 흥미롭다”고 말했다.

어떤 체력이나 기술적인 변화가 있었을까. 넥센 염경엽 감독은 “한국에 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 것은 맞다. 그러나 구속 증가의 가장 큰 진짜 이유는 ‘연봉’에 있다”고 답했다.

돈을 많이 줘서 구속이 증가한다? 염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밴 헤켄은 마이너리그에서 그래도 베테랑이기 때문에 7000달러(약 720만원) 안팎을 받았다. 생활인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중남미 리그 등에서 공을 던졌다. 30대 투수가 봄부터 겨울까지 계속 공을 던지면 당연히 빠른 공을 던질 수가 없다. 처음 감독이 되고 밴 헤켄이 캠프에서 오히려 더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것을 알았다. 남들이 몸을 만드는 시기가 반대로 밴 헤켄에게는 휴식을 취하는 유일한 기간이었던 셈이다”며 “이제 한국에서 35만 달러(약 3억6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숙소도 제공해준다. 겨울에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겨울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몸을 만들자 구속이 5km이상 빨라졌다.”

밴 헤켄은 1998년 미국프로야구에 데뷔, 2002년 디트로이트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 5경기를 던졌다. 자신의 유일한 빅리그 경력이다. 이후 10여년을 마이너리그와 대만리그를 전전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겨울에도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리그를 찾아 다녔다. 한국에 정착한 이후 이제야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됐고 더 빠른 공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밴 헤켄은 “넥센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편안한 팀 분위기에서 야구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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