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애덤스. 동아닷컴DB
0-2로 뒤진 6회까지 카디널스는 다저스 선발 클레이튼 커쇼로부터 9개의 삼진을 당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운명의 7회, 행운의 여신은 또 다시 카디널스에게 미소를 지었다.
맷 할러데이와 조니 페랄타의 연속 안타로 잡은 무사 1, 2루 기회에서 애덤스가 커쇼의 커브를 끌어당겨 카디널스 불펜 쪽에 떨어지는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올 정규시즌 좌타자에게 단 1개의 홈런만을 내줬던 커쇼는 1차전 카펜터에 이어 이날 애덤스에게 대포를 허용하고 고개를 떨궜다. 또한 지난 2012년 6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맞은 3점 홈런이었다.
지난 시즌 애덤스는 앨런 크레이그의 백업 1루수였다. 그러나 시즌 도중 크레이그가 부상을 당하자 출전 기회가 늘면서 방망이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올 시즌 초반까지만해도 애덤스는 전형적으로 잡아당기는 스타일의 타격을 했다. 상대 팀은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3명의 내야수를 1-2루 사이에 포진시키는 쉬프트를 구사했다. 밀어치는 타격을 꾸준히 연마한 애덤스는 좌측으로 타구를 날려 보내며 타율을 끌어 올렸다.
지난 6월 24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애덤스는 홈런 2방을 터뜨리며 6타점을 쓸어 담아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통산 3번째 멀티 홈런 게임이었다.
7월 8일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랐던 고향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의 짜릿함을 맛봤다. 그러나 애덤스는 9월에 들어 타율 0.222를 기록하며 극심한 슬럼프를 맛봤다. 마지막 석 달동안 때린 홈런은 고작 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덤스의 잠재력을 인정한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그를 5번 타자로 꾸준히 기용했다. 현존하는 최고 투수 커쇼를 무너뜨린 애덤스는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도는데 발이 전혀 땅에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단연코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리고 소감을 밝혔다.
정규시즌 105개의 홈런으로 내셔널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던 카디널스는 이번 디비전 시리즈 4경기에서 무려 7개의 아치를 그리는 괴력을 발휘하며 다저스를 2년 연속 침몰시켰다.
특히 4경기 모두 6회까지 리드 당하던 경기를 뒤집어 '역전의 명수'라 불릴만 하다. 카디널스는 7회부터 9회까지 15점을 뽑아내 4득점에 그친 다저스를 압도했다.
이제 월드시리즈로 가는 관문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년 만에 대결을 펼치게 됐다. 2년 전 3승1패로 우위를 점하고도 3경기를 모두 패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앙갚음을 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짧은 경력이지만 당당한 체구를 앞세워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는 애덤스의 방망이가 자이언츠와의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터질 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