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36점…대한항공 3연패 끊었다

입력 2014-11-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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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가 드디어 웃었다. 대한항공 산체스(뒤 흰유니폼)가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현대캐피탈전에서 블로커 3명을 제치고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다. 산체스는 이날 36득점을 기록해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세터 황승빈과 만점호흡…“믿고 뛰었다”

3연패를 기록해 갑갑하기는 마찬가지인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NH농협 2014∼2015 V리그 2라운드 대결.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만난 두 팀 주전세터의 모습이 달랐다.

현대캐피탈의 권영민은 삭발을 했다. 짧아도 너무 짧은 머리. 김호철 감독은 “팀의 주전으로서 뭔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줘서 감독으로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의 이날 키워드는 의지였다. 대한항공의 강민웅은 웜업존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김종민 감독은 최근 연패의 가장 큰 문제로 훈련과 실전에서의 다른 토스를 언급했다. “훈련 때는 여러 선수에게 공을 올려주다가 막상 경기에만 들어가면 이기겠다는 생각에 산체스에게 공을 몰아주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경기 전에 면담을 했다.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보라는 뜻에서 오늘 선발은 황승빈”이라고 했다. 키워드는 여유였다.


● 이가 없으면 잇몸 VS 그래도 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부상중인 아가메즈를 대신해 라이트 자리에 나선 현대캐피탈 송준호가 1세트 미친 듯 활약했다. 11득점으로 용병급의 활약을 했다. 빠른 스파이크 타이밍에 대한항공의 블로킹이 따라가지 못했다. 69%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한 이유다. 강민웅은 13-12에서 코트에 나섰지만 산체스와 호흡이 완벽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5개의 유효블로킹으로 상대의 공격을 잡아낸 뒤 반격에 성공해 25-23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 대한항공이 반격했다. 25-20으로 세트를 만회했다. 현대캐피탈은 15-13에서 세터를 권영민에서 이승원으로 바꾸면서 잘 나가던 흐름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송준호가 2득점, 29%의 성공률에 그쳤다. 문성민이 6득점, 75%의 성공률을 기록했지만 대한항공은 산체스가 무려 90%의 성공률에 11득점을 하며 팀을 이끌었다.


● 외국인 선수가 있는 팀과 없는 팀의 차이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아가메즈의 부상으로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우리 선수로만 경기하면 분위기는 좋아지겠지만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50% 이상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는 선수의 존재가치가 드러났다. 3세트 토종선수들로만 버티던 현대캐피탈이 힘의 한계를 드러냈다. 대한항공은 3세트 내내 리드를 잡았다. 계기는 세트 초반에 터진 곽승석과 산체스의 서브에이스 2개였다. 10득점의 산체스는 80% 성공률을 찍었다.

최근 3연패 동안 공격부진으로 산체스는 고민이 많았다. 부진의 원인과 어떻게 위기를 탈출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날은 작심을 하고 나선 듯 했다. 세터 황승빈이 올려주는 입맛에 맞는 토스를 마음껏 득점으로 연결했다. “모든 토스가 다 마음에 든다고 믿고 뛰었다”면서 여유와 마인드 컨트롤을 변신의 요인으로 들었다. 산체스는 4세트 19-13에서 문성민을 블로킹으로 잡으며 시즌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24-21에서 경기를 종료하는 백어택을 성공시켰다. 결국 대한항공이 3-1(23-25 25-20 25-21 25-21)로 이겼다. 36득점(65%성공률 3블로킹 3에이스)을 기록한 산체스가 팀의 3연패를 끊은 주역이었지만 산체스를 편하게 해준 루키 황승빈의 토스가 가장 빛났다.

인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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